산들보라 죽 먹다 잠들기

 


  이른아침부터 두 아이와 북적이며 놀리고 다니고 하다가 둘째 죽을 먹이는데, 둘째가 처음 1/4은 잘 받아먹더니 이 다음부터는 악을 쓴다. 둘째가 악을 쓰리라 뻔히 생각했지만, 하루하루 클수록 악을 쓰며 지르는 소리가 대단히 크다. 첫째도 많이 배고파 하기에 첫째 밥상을 차려 주고서 다시 죽을 먹이려 하는데, 이 녀석 둘째가 악을 쓴다. 산들보라야, 네 죽을 1/4 떠먹이는 동안 누나는 배고파도 잘 참고 기다려 주는데, 너는 네 누나 밥을 푸고 국을 떠서 밥상에 올리는 몇 초를 기다리지 못하겠니? 돌을 코앞에 둔 너한테 몇 초 기다리기란 너무 힘들고 괴롭니? 첫째더러 조금 더 기다려 달라 하며 둘째 죽을 마저 먹여야 했을까 생각하며 둘째를 무릎에 누인다. 무릎에 누여 죽을 일곱 숟가락 더 먹인다. 죽그릇 1/3까지 비운다. 이제 둘째는 입술을 더 달싹이지 않는다. 일곱 숟가락까지는 눈은 감고 입술만 달싹이며 꿀꺽꿀꺽 하더니, 깊이깊이 꿈나라로 접어든다. 팔은 축 처지고 살살 흔들어도 꼼짝하지 않는다. 첫째한테 밥 잘 먹으라 말하고는 둘째를 안아 자리에 눕힌다.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나도 밥술을 뜬다. (4345.5.14.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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