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 자리 바꾸기 (도서관일기 2012.5.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이름을 새로 적기로 한다. 이제까지 ‘사진책 도서관’이라 했으나, 이제부터 ‘서재도서관’이라 적으려 한다. 이름을 새로 적더라도 사진책을 알뜰살뜰 건사하는 도서관 모습은 그대로라 할 수 있다. 다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그림책 도서관’이든 ‘만화책 도서관’이든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도서관을 나라나 지자체에서 세우지 않고, 개인이 혼자 읽던 책으로 꾸리는 일을 생각해 주지 못한다. 나는 내 책으로 내 서재이자 도서관을 꾸리는 일을 하는데, 내 둘레 사람들은 자꾸 내가 ‘헌책방 장사’를 하는 줄 잘못 말하고 잘못 생각한다. 더는 두고볼 수 없다고 느껴, 도서관 이름을 새로 적어 보기로 한다.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책을 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더니, 참말 하루에 한 시간이라도 책을 갈무리하는 날이라면 더없이 고마운 노릇이지만, 이 틀에서 못 벗어나는구나 싶다. 그래서 내 생각도 바꾸기로 한다. 날마다 두어 시간 즐겁게 마실을 하며 책을 갈무리하고, 식구들과 서재도서관 둘레 들길을 거닐거나 멧길을 오르내리자 생각하기로 한다. 아침에는 식구들 빨래를 하고, 낮이 되기 앞서 식구들 밥을 차려서 먹은 다음, 천천히 짐을 꾸려 서재도서관으로 나와 책을 조금 갈무리하고서, 슬슬 들길을 걷는다. 들길을 걷다가 멧길로 바뀔 수 있고, 다시 천천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들길을 거닐며 들풀을 뜯어먹을 수 있다. 아이들과 노래부르며 노닐 수 있다.


  책꽂이 자리 바꾸기를 한다. 이제 꼴이 제법 나며, 어느 만큼 치웠구나 싶다. 자질구레한 짐은 한쪽으로 몰아놓자. 여름에는 책손을 부르자. 좋은 책을 만나러 좋은 시골로 나들이하면서 좋은 삶을 누리자는 이야기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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