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선물한다

 


  마음으로 사귈 만한 님한테 시를 한 자락 써서 드린다. 짤막하게 적은 글월이 되든 길디길게 늘어놓는 푸념이 되든 모든 글은 시라고 느낀다. 때때로 따로 ‘시’라는 이름으로 글을 쓴다. 조그마한 쪽종이가 되든 널따란 그림종이가 되든 짧은 글월이나 싯말 몇 마디 적바림한다. 마음으로 사귈 만한 님한테 내 좋은 넋을 실어 보낸다.


  나한테는 싯말이 있기에 시를 선물한다. 내게는 시노래가 있으니 시를 보낸다. 이웃 할아버지는 감알을 선물한다. 이웃 할머니는 시금치를 선물한다. 옆지기는 뜨개옷을 선물한다. 두 아이는 웃음과 수다를 선물한다. 들꽃은 푸른 잎사귀를 선물한다. 천천히 굵어지며 우람하게 뿌리내리는 나무는 거룩한 삶발자국을 선물한다. 깊은 밤 온 들판 맑게 울려퍼지는 밤새 소리를 들으며 생각한다. 내 마음을 실어 옮길 수 있는 한 가지가 무언가 하고 느낄 때에 내 삶이 사랑스럽다. (4345.5.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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