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발가락 글쓰기

 


  새끼발가락이 아프다. 찡 하면서 온몸을 울린다. 망치로 맞거나 누가 밟아서 아프지 않다. 나 스스로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걸음을 잘못 디디다가 책상 한쪽에 콩 하고 찧어서 아프다. 내 몸에 기운이 남았으면 새끼발가락을 안 찧었겠구나 생각한다. 내 몸에 기운이 많이 빠져나갔다 하더라도 마음을 즐거이 다스리면서 예쁘게 건사했다면 발가락을 찧으면서도 살그머니 웃으며 내 바보스러움을 누릴 수 있었겠다고 느낀다.


  첫째 아이를 또 나무라고 말았다. 시골집을 떠나 경기도 파주 책도시에 볼일을 본다며 자그마치 여섯 시간 넘는 힘든 길을 아이들하고 함께 왔으니 아이들이 다 지칠 만하다. 이 지친 아이들이 잘 견디면서 놀아 주는데, 놀기는 놀되 아이들 또한 마음속으로 힘든 몸을 참으면서 노는데, 어버이로서 이 마음을 슬기롭게 읽지 않고는 여관 침대에서 자꾸 뛰고 방바닥에서 뛴다고 다그치고 말았다. 우리 자는 데 아래층에는 다른 사람들이 묵으니, 우리 때문에 시끄러울까 걱정스러워 아이를 다그쳤다.


  울먹이는 아이를 바라보며 또 내가 얼마나 모자란 짓을 했는가 하고 뉘우친다. 예쁜 말로 일깨우거나 고운 눈빛으로 달래지 않고, 왜 자꾸 모질게 다그치려고만 할까. 모질게 다그치려 하면 누가 듣고 싶어 하겠나. 남들이 나한테 모질게 다그칠 때에 나부터 듣기 안 좋다 여기면서, 똑같은 짓을 아이한테 퍼부으면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내 마음을 갉아먹으면 내 삶이 아프고 슬프다. 내가 내 마음을 어루만지면 내 삶이 고맙고 좋다. 내가 내 마음을 사랑할 때에 천천히 내 꿈을 헤아리면서 내 아이들 예쁜 꿈을 사랑하는 길을 걷겠지. 새끼발가락이 웃으면 나도 늘 웃는다. 새끼발가락이 울면 나도 늘 운다. (4345.5.4.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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