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옷

 


  새벽 한 시 반에 첫째 아이가 바지와 잠자리에 쉬를 흥건히 눈다. 오줌이 마렵다며 잠에서 깬 아이 바지를 벗기고 오줌그릇에 앉히니 오줌을 더 눈다. 웃도리까지 젖었기에 벗기려 하니, 몹시 악악거린다. 새벽 세 시 무렵 둘째 아이가 기저귀 옆으로 오줌을 잔뜩 눈다. 둘째를 가슴에 얹고 재웠으니 내 웃도리와 바지는 둘째 오줌으로 축축하게 젖고 잠자리에까지 오줌이 흘렀다. 둘째 아이 기저귀를 갈려 하는데 또 악악거린다.


  두 아이를 겨우 달래고 조용히 잠들었다 싶은 깊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오줌옷을 빨래한다. 내 오줌옷은 그냥 입은 채 말린다. 내 옷까지 빨래할 기운은 없다. 전남 고흥까지 경기 파주까지 참 멀고 힘든 길을 아이들이 잘 버티며 와 주었다. 옆지기도 힘든 몸과 마음으로 잘 참아 주었다. 풀숲이나 나무숲 아닌 건물숲과 아파트숲과 자동차숲만 있는 이 도시에 네 식구 함께 찾아오는 일이란 무슨 뜻일까. 세 식구는 시골집에 두고 나 혼자 움직이며 볼일을 보아야 할까. 식구들을 시골집에 두고 도시에서 보아야 하는 볼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식구들하고 함께 움직이며 볼 만한 일이 아니라면 내 겨를과 품과 땀과 사랑을 들여 움직일 보람이 있을까.


  아침이 된다. 내 오줌옷은 마르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입고 다니면 천천히 마르겠지. 새벽 여섯 시에 둘째가 또 깬다. 무릎에 누여 재운다. 첫째는 달게 잔다. 부디 늦잠 실컷 자며 개운하게 일어나 새 아침에 기쁘게 뛰놀 수 있기를 빈다. (4345.5.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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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터 2012-05-03 21:53   좋아요 0 | URL
시골 아이들의 놀이는 많이 변했는데.. . 변하지 않는곳이 있내요,, 동백이란 마을
작가님 아이들 놀이방식을 내가 어릴적에 친구들과 함께 경험했내요.. 내가 어릴때는 친구도 많고 동네 어른들도 건강하셔는데.. 이제는 모두 나이를 드셨내요.. 낯선 사람이 소개해주는 고향 사진을 보는 것도 재미있내요.... 내년 까지는 그곳에 갈수가 없었는데.. 작가님 덕분에 고향 소식을 들을수가 있게내요.. 사진속에 보이는 우리집.. 할머니집.. 동네 어른들.. 고향의 풍경들을 ... 아이가 있어서 동네 어르신들이 즐거우시겠내요.. 언제가 부터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이곳에 자주 방문 해야겟내요.. 컴퓨터 접속이 좋을때... 늘 건강하세요..

숲노래 2012-05-04 19:5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나들이 하실 때에 좋은 모습 좋은 이야기 마음껏 누리실 수 있기를 빌어요.
언제나 좋은 마음과 꿈으로 예쁘게 지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