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옷
새벽 한 시 반에 첫째 아이가 바지와 잠자리에 쉬를 흥건히 눈다. 오줌이 마렵다며 잠에서 깬 아이 바지를 벗기고 오줌그릇에 앉히니 오줌을 더 눈다. 웃도리까지 젖었기에 벗기려 하니, 몹시 악악거린다. 새벽 세 시 무렵 둘째 아이가 기저귀 옆으로 오줌을 잔뜩 눈다. 둘째를 가슴에 얹고 재웠으니 내 웃도리와 바지는 둘째 오줌으로 축축하게 젖고 잠자리에까지 오줌이 흘렀다. 둘째 아이 기저귀를 갈려 하는데 또 악악거린다.
두 아이를 겨우 달래고 조용히 잠들었다 싶은 깊은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오줌옷을 빨래한다. 내 오줌옷은 그냥 입은 채 말린다. 내 옷까지 빨래할 기운은 없다. 전남 고흥까지 경기 파주까지 참 멀고 힘든 길을 아이들이 잘 버티며 와 주었다. 옆지기도 힘든 몸과 마음으로 잘 참아 주었다. 풀숲이나 나무숲 아닌 건물숲과 아파트숲과 자동차숲만 있는 이 도시에 네 식구 함께 찾아오는 일이란 무슨 뜻일까. 세 식구는 시골집에 두고 나 혼자 움직이며 볼일을 보아야 할까. 식구들을 시골집에 두고 도시에서 보아야 하는 볼일이란 무엇일까. 내가 식구들하고 함께 움직이며 볼 만한 일이 아니라면 내 겨를과 품과 땀과 사랑을 들여 움직일 보람이 있을까.
아침이 된다. 내 오줌옷은 마르지 않는다. 그냥 이대로 입고 다니면 천천히 마르겠지. 새벽 여섯 시에 둘째가 또 깬다. 무릎에 누여 재운다. 첫째는 달게 잔다. 부디 늦잠 실컷 자며 개운하게 일어나 새 아침에 기쁘게 뛰놀 수 있기를 빈다. (4345.5.3.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