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글쓰기

 


  새가 지저귄다. 개구리가 운다. 경운기가 지나간다. 바람이 분다. 두 아이가 조잘대며 노래한다. 빨래가 마른다. 후박나무 꽃송이가 천천히 터진다. 마을방송이 울려퍼진다.


  소리를 듣는다. 방문을 닫으면 바깥소리가 거의 안 들린다. 그러나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창호종이 바른 문 사이로 개구리와 들새와 꽃송이와 바람과 햇살과 밭흙이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글을 쓴다. 나는 내가 듣는 소리를 몸으로 삭히며 글을 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가려서 듣기도 하고, 내가 모르는 소리를 얼결에 듣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떠나 나한테 찾아오는 온갖 소리를 가만히 듣곤 한다.


  뭇소리가 내 글을 이룬다. 뭇소리가 내 삶을 빛낸다. 뭇소리가 내 꿈을 건드린다. 뭇소리가 내 사랑을 속삭인다. (4345.4.2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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