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더 높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55
셜리 휴즈 그림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저 즐겁게 하늘을 날아요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61] 셜리 휴즈, 《높이 더 높이》(시공주니어,2004)

 


  아이들이 하늘을 납니다. 새들이 하늘을 납니다. 물방울이 하늘을 날고, 구름이 하늘을 둥실둥실 떠서 홀가분하게 마실을 즐깁니다.


  어른들이 땅을 걷습니다. 자동차가 땅을 달립니다. 커다란 쇠삽날 달린 쇳덩이차가 땅을 파헤칩니다. 어른들은 땅뙈기마다 쇠기둥을 박습니다. 어른들은 어느 땅이든 쇠기둥을 올립니다. 으리으리하게 무언가를 박고 세우고 지키고 사들이고 팔아치우고 자랑합니다. 이리하여 어른들은 하늘을 날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하늘을 못 난다기보다 날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하늘을 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을 하늘을 날겠다는 꿈을 품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홀가분하게 어깨동무하며 사랑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 머리에는 무언가 그득그득 찼어요. 먼저 지식조각이 찼고, 정보덩이가 찹니다. 다음으로 돈 생각이 찼고, 숱한 자격증과 졸업장 같은 종이더미가 찹니다. 흔히들 ‘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만, 어른들이 하고 싶다는 일이란 무엇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어른들 스스로 꿈을 펼치겠다는 일인지, 돈을 벌겠다는 일인지 어딘가 흐리멍덩합니다. 꿈을 펼치려 하는 일이라면 애써 회사나 공공기관 같은 데에서 일해야 하지 않습니다. 꿈을 펼치려 하는 어른이 총칼을 들고 군대에서 ‘나라지키기’를 하겠다며 눈알을 부라릴 수 없습니다.

 

 


  돈을 버는 일이 나쁘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즐겁게 돈을 벌 노릇이거든요.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즐겁게 자전거를 탈 노릇이에요. 자동차를 싱싱 몰며 지구별을 누비고 싶으면, 이렇게 누비면 돼요. 다만, 자동차로 지구별을 누리는 일은 여행이 아닙니다. 그저 자동차질입니다. 자전거로 전국을 달리거나 세계를 달리는 일 또한 여행이 아닙니다. 그저 자전거질입니다.


  생각을 하고, 뜻을 품으며, 사랑을 할 때에, 비로소 삶입니다. 생각이나 뜻이나 사랑을 헤아리지 않고서 하는 일이라면, 그저 무슨무슨 몸부림이나 몸짓입니다.


  자, 두 팔을 벌립니다.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파란 빛깔 해맑은 바람결을 느낍니다. 눈을 감습니다.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들 지저귀는 소리를 듣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새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헤아립니다. 나도 새들한테 조잘조잘 말을 겁니다. 또는 마음속으로 새들과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러고는 몸을 살짝 옹크렸다가 두 발을 껑충 구르며 훨훨 하늘을 납니다.


  새파란 하늘 밑에 싯푸른 들판이 펼쳐집니다. 싯푸른 들판 곁에는 싱그러이 푸른 숲입니다. 싱그러이 푸른 숲은 봄을 맞아 새로 돋은 잎사귀 빛깔이요, 잎사귀 빛깔처럼 푸른 빛깔 새 꽃망울 빛깔입니다. 숲에서 살아가는 퍽 많은 나무들 꽃송이는 풀빛입니다. 봄날 멧자락이 한결 푸른 까닭은 새잎과 새꽃이 곱게 얼크러지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며 구름하고 벗삼는 나는 돼지고기 세겹살을 먹지 않습니다. 바람을 먹습니다. 하늘을 가벼이 날아다니며 무지개하고 동무하는 나는 나물밥이나 풀국을 먹지 않습니다. 햇살을 먹습니다. 하늘을 예쁘게 날아다니며 참새랑 제비랑 동박새랑 너나들이하는 나는 복숭아도 살구도 포도도 수박도 먹지 않습니다. 빗물과 안개와 이슬을 먹습니다.


  하늘을 날기 때문에 따로 옷을 갖춰 입지 않습니다. 하늘을 나니까 굳이 운동화나 구두 따위를 꿰지 않습니다. 하늘을 나는 만큼 손전화도 지갑도 가방도 걸치지 않습니다. 하늘을 나는 동안 교과서도 책도 인터넷도 신문도 방송도 모두 까맣게 잊습니다. 하늘을 나는데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나 공항이나 항구가 쓸모있을 까닭이 없습니다.


  길이 있어야 다닌다고 하지만, 우리한테 따로 길이 없어도 넉넉하던 옛삶이었으리라 느낍니다. 사람은 모두 두 발로 걷던 사람이 아니라, 온몸으로 하늘을 날며 홀가분하게 어디라도 찾아다닐 수 있었을 테니까요. 애써 땅을 파고들어 석유를 캐거나 가스를 뽑아야 하지 않아요. 온누리에 아스팔트 찻길을 잔뜩 늘려야 하지 않아요. 짐을 부리는 나루가 커다랗게 생겨야 하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모든 길은 돈이 아니던가요. 고속도로도 돈을 더 벌려고 짓지 않나요. 자동차도, 기름도, 수출과 수입도, 무역협정도, 몽땅 돈벌이에 치우치지 않나요. 그런데, 늘 돈벌이를 하면서 정작 앞에서는 돈벌이 아닌 경제요 문화요 사회요 하면서 다른 이름을 붙이지 않나요. 스스로 껍데기를 뒤집어쓰지 않나요. 스스로 허울좋은 말만 일삼지 않나요. 어른들은 스스로 예쁘게 날아다니며 꿈을 꾸고 사랑하던 아름다운 삶을 내팽개치지 않나요. 어른들은 어른끼리만 안 날지 않고, 아이들마저 날개와 날갯짓을 잊도록 몰아세우지 않나요. 아이들이 오롯한 하느님으로 살아가는 흐름을 꺾지 않나요. 아이들이 옹근 땅님으로 빛나는 결을 짓밟지 않나요.


  셜리 휴즈 님 그림책 《높이 더 높이》(시공주니어,2004)를 읽습니다.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그림책을 읽습니다. 영어로 된 책이름도 《up and up》이라 합니다. 아이가 참 예쁘게 하늘을 나는구나 싶으면서도, 그닥 내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풍선이 없어도 하늘을 날 테니까요. 옷을 입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구두를 신지 않아도 되고, 양말을 꿰지 않아도 돼요. 아이들은 두 팔을 하늘로 쭉 뻗치고 고개를 하늘로 들어 마음을 해맑게 활짝 열기만 하면 돼요. 착한 넋, 고운 얼, 참된 꿈, 빛나는 사랑을 온몸으로 기쁘게 품으면 천천히 하늘로 떠오릅니다. 착하지 못한 넋이나 곱지 못한 얼이나 참답지 못한 꿈이나 빛나지 않는 사랑이라면,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하늘로 떠오르지 못해요.


  하늘을 나는 아이들은 ‘더 높이’ 날지 않습니다. 날고 싶은 대로 마음껏 납니다. 아이들은 ‘높이’ 날지도 않지만 ‘더 높이’ 날지도 않습니다. 그저 즐겁게 하늘을 날아요. 그저 즐겁게 새 하루를 맞이해요. 그저 즐겁게 밥을 먹어요. 그저 즐겁게 뒹굴며 놀아요. 그저 즐겁게 조잘조잘 떠들고 노래하며 춤춰요.


  부디, 하늘 나는 아이들한테 엉뚱한 말 좀 삼가 주셔요. 아이들은 더 높이 날고 싶기에 날지 않아요. 그저 즐겁게 날고 싶으니 날 뿐이에요. 아이들은 그저 즐겁게 놀고 싶으니 놀 뿐이에요. 이런 놀잇감 저런 영화 그런 시설이 있대서 아이들이 예쁘게 놀지 않아요.


  품어야 할 것을 몸에 품어요. 갖추어야 할 대목을 마음에 갖춰요. 거짓이나 꿍꿍이는 걷어치우고, 사랑이랑 꿈을 즐겁게 껴안아요. (4345.4.27.쇠.ㅎㄲㅅㄱ)

 


― 높이 더 높이 (셜리 휴즈 그림,시공주니어 펴냄,2004.3.25./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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