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에 Historie 7
이와키 히토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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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나는 삶은 어디에서 찾을까
 [만화책 즐겨읽기 143] 이와아키 히토시, 《히스토리에 (7)》

 


  아침에 마당으로 내려서다가 마루턱에서 제비 날갯짓을 봅니다. 어제 하루 들마실을 하면서 백 마리가 훨씬 넘는 제비떼 날갯짓을 보며 이 제비들 가운데 누가 우리 집 처마에 둥지를 틀까 하고 생각했는데, 참말 우리 집 처마에 새 둥지를 틀려 하는지 제비 몇 마리가 처마 둘레에서 맴돌더군요.


  제비가 멀리 날아간 다음 섬돌로 내려옵니다. 처마 자리를 올려다봅니다. 어, 제비집 자리가 세 군데 있습니다. 둘은 허물어진 둥지고, 하나는 말끔히 남은 모습입니다. 그래, 우리 집에 제비가 살았구나. 아마 지난해에 살던 둥지인지 모르고, 곁에는 더 예전에 살던 둥지인지 모릅니다. 우리 식구가 이곳에 새로 들어올 때에 사람들은 제비집 헐라고 했지만 우리 식구는 그대로 두었어요. 제비똥 떨어지는 일은 대수롭지 않으니까요. 제비가 우리 집에 함께 살면 파리 모기 다 잡아서 먹을 텐데 무어 걱정인가요.


- ‘너 정말로 왕의 아이, 필리포스의 자식이냐? 너와 필리포스가 닮았어? 어쩌면, 에 아비는, 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게 네 친구, 아닐까?’ (75∼76쪽)

 


  이른아침부터 깬 둘째를 안고 마당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아이들은 참 일찍 깹니다. 늦게 자도 일찍 깨고 일찍 자도 일찍 깹니다. 좀 넉넉히 자면 안 될까 싶지만,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나무랄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마당에 나와 따사로운 아침볕을 받습니다. 그래, 아이들은 이 따사로운 아침볕을 받고 싶어 일찍 깨는지 모릅니다. 아침볕 쬐며 하늘을 누비는 제비랑 들새랑 어울리고 싶어 일찍 일어나는지 몰라요.


 찍찍 삣삣 제비 소리를 들으며 생각합니다. 아침에 보는 날갯짓으로도 온갖 생각을 끌어올리는 제비입니다. 아침에 내가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이야기나 보여주는 모습은 아이들한테 생각이나 꿈이나 사랑을 얼마나 끌어올릴까요.


  제비는 흙과 짚을 그러모아 둥지를 짓습니다. 제비가 지은 집은 다 허물어지면 논이나 밭으로 돌아가 좋은 거름이 됩니다. 숲으로 돌아가도 좋은 거름이 되어 풀과 나무과 싱그러이 자라는 바탕이 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집을 지을까요. 사람이 지은 집이 허물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이 지은 집은 허물어지기 앞서, 그러니까 사람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동안 사람한테 얼마나 좋거나 아름답거나 즐거운 터전이 될까요. 흙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시멘트덩이나 플라스틱덩이일 집들은 얼마나 좋은 자연이거나 보금자리이거나 쉼터 구실을 할까요.


- “설마, 설마, 모두가 싫어하는 날 위해 울어 주는 사람이 있다니.” (93쪽)
- “허나, 그렇다고 해서 노력을 포기하는 건, 단순한 ‘도피’야.” “아, 네에.” “그 학교에서, 동년배 동료들 사이에 껴서 이것저것 배우다 보면 뭔가, 이런 나에게도 뭔가 ‘답’이 보이겠지. 그런 예감이 들어,” “네에.” “필시 네게도 너만을 위한 ‘답’이 있을 게야.” (118쪽)

 

 


  아침녘 좋은 햇살을 느끼며 빨래를 합니다. 좋은 햇살 머금는 빨래는 보송보송 잘 마를 뿐 아니라, 이 옷을 입고 살아갈 살붙이들 넋에도 좋은 기운 나누어 주리라 믿습니다. 아침녘 좋은 햇살을 느끼며 쌀을 불립니다. 좋은 손길로 짓는 밥은 좋은 사랑이 스며들리라 믿습니다. 봄이 되어 흐드러지는 온갖 풀은 풀대로 좋은 기운을 우리 몸에 나누어 주리라 믿습니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내 둘레 사람들한테 사랑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손에서 태어나는 글은 내 이웃과 동무한테 꿈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몸짓으로 이루어지는 춤은 바로 나한테 가장 빛나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밭흙을 가는 몸짓은 가장 빛나는 삶이 됩니다. 어린 아이들을 안고 까부르며 함께 뒹구는 나날은 가장 즐거운 삶이 됩니다. 고운 옆지기를 넉넉히 얼싸안는 이야기꽃은 가장 아리따운 삶이 됩니다.


  들풀은 좋은 햇살과 좋은 흙과 좋은 빗물과 좋은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들풀은 자동차 배기가스나 비닐집 뜨거운 김이나 수도물이나 선풍기 바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습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가장 좋은 밥을 먹고, 가장 좋은 옷을 입으며, 가장 좋은 집에서 살고 싶습니다. 가장 좋은 무엇은 가장 비싼 무엇이 아닙니다.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믿음직스러우며 가장 빛나는 무엇입니다.


- “앞으로 몇 년이나 먹고살 걱정 안 해도 될 만큼 사례 받았잖아? 나도 수업료가 기숙사 생활비는 공짜고.” “왕자님의 친절, 아니, 변덕인가? 고귀한 분의 생각은 알 길이 없구만.” “그런 거 아냐! 그런 거.” (108쪽)
- “왕이 왕자에게 그리 쉽게 양위 따윌 할 순…….”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장기’라는 반상놀이인데.” “하지만 이 말의 얼굴이 좀.” “하아, 하지만 여기서 ‘왕위’를 왕자에게 양보하지 않으면, 전멸입니다.” (128∼129쪽)

 

 


  이와아키 히토시 님 만화책 《히스토리에》(서울문화사,2012) 일곱째 권을 읽습니다. 《히스토리에》 일곱째 권에서는 근심하는 왕자가 나옵니다. 끝없이 오르는 길을 꾀하는 왕후가 나옵니다. 어떤 자리 하나 튼튼히 지키려는 신하가 나옵니다. 땅을 일구는 둥 마는 둥 하느작거리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리고, 꿈을 꾸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꿈을 꾸는 사람들은 저마다 빛나는 삶을 찾습니다. 어디에서 이 빛나는 삶을 찾아야 할까 걱정합니다. 걱정을 하다가는 꿈을 꿉니다. 꿈을 꾸다가는 걱정을 합니다. 차근차근 생각을 빚기도 하지만, 슬프게 눈물짓다가 아프기도 합니다. 그런데, 걱정을 하면 걱정이 다시 샘솟습니다. 생각을 하면 여러 생각이 차츰 가지를 뻗습니다. 좋은 꿈으로 사랑을 하면 천천히 좋은 꿈과 사랑이 퍼집니다.


- “하지만, 그렇게 되면 도시의 수비가…….” “그리스의 최강 육군이 도시 성벽에 포진하고 있는데! 감히 어느 누가 쳐들어온다는 거죠?” (176쪽)


  빛나는 삶이란 따로 없습니다. 오늘 하루 빛나게 누린다 여기면 빛나는 삶입니다. 날마다 빛나는 말로 빛나는 이야기를 엮으면 빛나는 하루요, 빛나는 하루가 모이고 모여 빛나는 삶으로 자리잡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삶입니다. 오늘 이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삶입니다. 오늘 이곳을 즐길 때에 내 삶이 빛납니다. 오늘 이곳을 아낄 때에 내 삶이 거듭납니다. 삶은 곧 숨이고, 숨이란 목숨이며, 목숨이란 이야기요, 이야기는 꿈인데, 꿈은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4345.4.23.달.ㅎㄲㅅㄱ)


― 히스토리에 7 (이와아키 히토시 글·그림,오경화 옮김,서울문화사 펴냄,2012.4.30./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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