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제비 책읽기

 


  봄제비를 만난 지 이레쯤 됩니다. 엊그제부터 마을에서도 제비를 알아봅니다. 무섭게 몰아치던 비바람이 멎은 이듬날 우리 집 마당뿐 아니라 온 마을 곳곳에 제비가 무리지어 날아다닙니다. 아이들과 너른 들판을 걷자니 자그마치 백 마리가 훨씬 넘는 제비들이 이리저리 날고 춤춥니다.


  제비 날갯짓과 함께 달리고 뛰며 노는 아이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합니다. ‘(중국)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온다’고 하는데, 제비가 남녘땅을 떠나 중국 강남으로 가는 멀고먼 바닷길은 쉴 수 없는 길입니다. 중국 강남에서 남녘땅으로 돌아오는 제비는 남녘땅에서 가장 끝자락 남녘에 맨 먼저 깃을 들입니다. 태평양을 건넌 제비는 해남이나 장흥이나 진도나 고흥 언저리에서 비로소 처음으로 날갯짓을 쉴 수 있어요. 아마 어떤 제비는 더 북쪽으로 올라가 보금자리를 틀겠지요. 어떤 제비는 따사롭고 포근하며 들판과 멧자락 넉넉한 고흥에 그대로 눌러앉아 보금자리를 틀겠지요. 애써 북쪽으로 올라간 제비들은 더 넓게 도시가 펼쳐지는 곳에서 그만 먹이를 못 찾다가 더더 북쪽으로 올라가며 사람들끼리 그은 삼팔선을 넘을는지 몰라요. 공장 아닌 숲을 찾고, 커다란 아파트 아닌 작은 시골집을 찾겠지요. 고속도로나 기찻길 아닌 오솔길이나 고샅길을 찾겠지요.


  자동차 넘실대는 곳에서 제비가 살지 못합니다. 흙길이나 논밭이 있더라도 풀약을 치며 풀을 잡는 시골에서 제비가 살 수 없습니다. 제비는 조용하며 깨끗한 곳에서 둥지를 틀 수 있습니다. 제비는 사랑스러우며 아름다운 곳에서 알을 까며 새끼를 돌볼 수 있습니다. (4345.4.23.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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