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의 뉴욕 프러포즈 - 뉴요커 100명과 함께한 아주 특별한 결혼 선물
정상구 사진, 박평종 글 / 포토넷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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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로 사진을 나누는 기쁨
 [찾아 읽는 사진책 88] 정상구,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포토넷,2011)

 


  나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이 사진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진을 처음 배워 처음 찍던 때부터, 내가 찍은 사진은 나한테 사진으로 찍힌 사람들한테 고스란히 선물로 돌려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부러 선물하려고 사진을 찍지 않았으나, 사진기를 쥐고 사진기에 눈을 박아 사진기 단추를 누를 때면, 내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좋으며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선물이 사진 한 장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었습니다.


  내 곁 좋은 사람들을 사진으로 담든, 헌책방 마실을 하며 헌책방 일꾼을 담거나 헌책방 책시렁을 사진으로 담든, 골목동네 나들이를 하며 골목이웃과 골목꽃과 골목집을 마주하며 사진으로 담든, 옆지기를 만나고 두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는 나날을 사진으로 담든, 나로서는 언제나 내 사진감한테 선물로 돌려주고픈 사진입니다.


  내 곁 좋은 님과 벗은 모두 ‘오늘 이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곧바로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싱그러이 마시고 고마이 내쉬는 숨결 하나가 고마운 선물이라고 느낍니다. 목숨 한 자락이 가장 커다랗다 할 만하고 가장 놀랍다 할 만하며 가장 거룩하다 할 만한 선물이라고 느껴요.


  선물을 누리는 삶이기에 선물을 돌려주는 사진을 찍습니다. 선물을 받는 삶이기에 기쁘게 선물을 바치는 사진을 찍습니다.

 

 

 


  내 눈을 사진기에 박아 들여다봅니다. 나를 마주하는 사람이 웃습니다. 나도 웃으면서 단추를 살짝 누릅니다. 내 눈을 사진기에 박고 바라봅니다. 나와 마주한 헌책방 책시렁과 골목집 꽃그릇이 환하게 빛납니다. 나도 환하게 빛나는 넋이 되어 단추를 살며시 누릅니다.


  서로서로 좋은 꿈과 마음과 사랑이 되기에 사진 하나 곱게 태어납니다. 다 함께 기쁜 뜻과 얼과 이야기가 되기에 사진 하나 즐거이 태어납니다.


  정상구 님이 빚은 사진책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포토넷,2011)를 읽습니다. 정상구 님은 미국 뉴욕으로 여러 날 마실을 떠나 사진을 찍었습니다. 무언가 남달리 선물하고 싶은 사진을 찍고픈 마음이었기에, 비행기를 타고 멀리멀리 뉴욕까지 찾아갔습니다. 정상구 님은 지구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여행 글’과 ‘여행 사진’을 빚는 일을 한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정상구 님 삶에 걸맞게 뉴욕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을 만해요. 내가 무언가 남다르다 싶은 사진을 얻고 싶다면, 나로서는 한국땅 곳곳에 자리한 헌책방을 샅샅이 돌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골목동네를 두루두루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을 수 있어요. 온 나라 골목동네 곳곳을 찬찬히 누비미 사진을 찍을 만합니다.


  곧, 누군가는 미국 뉴욕에서 마주한 백 사람한테서 들은 좋은 말마디를 엮어 ‘한 사람한테 바치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고, 누군가는 인천이나 춘천이나 목포 골목동네를 돌며 마주한 백 사람한테서 들은 예쁜 말마디를 그러모아 ‘한 사람한테 드리는 사진잔치’를 열 수 있어요. 온 나라 백 군데 헌책방 일꾼한테서 들은 사랑스러운 말마디를 갈무리해서 ‘한 사람한테 올리는 사진잔치’를 열 만합니다. 이 나라 백 군데 시골마을 흙일꾼 할머니한테서 들은 고운 말마디를 추슬러 ‘한 사람한테 베푸는 사진잔치’를 열어도 즐거워요.

 

 

 

 


  뉴욕으로 날아가서 사진을 찍던 정상구 님은 “경험이 쌓이자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들이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머리말).” 하고 말합니다. ‘나와 함께 살아요.’ 하고 말하는 일도 설레며 기쁠 테지만, 이렇게 말하기 앞서 여러 가지 잔치를 꾀하면서 겪는 일도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옆지기를 헤아리는 꿈도 기쁠 테고, 옆지기한테 줄 선물을 생각하는 마음도 기쁠 테지요.


  언제나 오늘 하루 살아가며 기쁩니다. 어제는 어제대로 보낼 수 있기에 기쁩니다. 글피나 모레는 글피나 모레를 맞이할 수 있어 기뻐요.


  사진은 어제도 모레도 글피도 아닌 오늘을 찍습니다. 오늘 바로 이곳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즐거워서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괴롭기에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기쁜 만큼 사진을 찍습니다. 오늘 누리는 삶이 슬픈 만큼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으로 담는 이야기는 환할 수 있으나 어두울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엮는 이야기는 아플 수 있으나 산뜻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 모두는 이야기는 놀라울 수 있으나 수수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흘러야 멋진 사진이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 흐르든 내가 살아가며 사랑한 이야기라면 즐겁고 좋으며 반가운 사진입니다.

 

 

 

 


  정상구 님은 “사흘 동안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메시지를 받던 그 순간들이 제게는 진심이 가득 담겼던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충실한 시간이었습니다(머리말).” 하고 이야기합니다. 정상구 님이 사랑하는 분한테 바치려는 사진과 사진잔치와 사진책은 모두 어여쁩니다. 두 사람이 앞으로 일굴 나날도 어여쁠 테지만, 바로 오늘 이곳에서 서로 누리는 이야기잔치가 어여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어제를 사랑합니다. 오늘을 사랑하기에 모레와 글피를 사랑으로 맞이합니다. 오늘 땀을 흘리면서 어제 흘린 땀을 즐거이 되새깁니다. 오늘 땀을 흘리면서 모레와 글피에 흘릴 내 좋은 땀을 곰곰이 꿈꿉니다.


  선물로 사진을 나누는 기쁨이란, 오늘 내 삶을 더없이 아름다이 누리면서 그지없이 즐거이 빛내고픈 사랑을 빚는 속삭임입니다. (4345.4.4.물.ㅎㄲㅅㄱ)


― 100번의 뉴욕 프러포즈 (정상구 사진·글,포토넷 펴냄,2011.4.11./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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