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살 푸름이 책읽기

 


  노래꾼이 되고 싶다는 뜻을 당차게 밝히는 열여섯 살 푸름이는 노래솜씨 겨루는 잔치마당에서 어른들이 부르는 노래를 목청껏 뽐냅니다. 열여섯 살 푸름이는 열다섯이나 열네 살 적에도 어른노래를 마음껏 뽐냈을 테지요. 열세 살이나 열두 살 적에도 어린이노래보다 어른노래를 한껏 즐겼을는지 모릅니다.


  열네 살 푸름이가 즐길 만한 푸른노래는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합니다. 아마 없을 테지요. 열다섯 살 푸름이가 누릴 만한 푸른노래로 무엇이 있나 알쏭달쏭합니다. 아마 어른노래를 불러야 하겠지요. 내가 푸름이였던 스무 해 남짓 앞서, 내가 다니던 중·고등학교에서는 동무들이 ‘어른노래 테이프’를 갖고 다니며 들으면 ‘소지품 검사’를 해서 빼앗았습니다. ‘푸름이가 이런 노래를 들으면 안 된다’ 했습니다. 이를테면, 이문세라든지 이선희라든지 동물원이라든지 들국화라든지 김수철이라든지 이지연이라든지 김완선이라든지 민해경이라든지 전영록이라든지 서태지라든지 …… 이런저런 대중노래, 곧 어른노래를 중·고등학교 푸름이가 듣거나 부르는 일은 ‘교칙 위반’이면서 푸름이답지 않다고 했습니다.


  내 푸르던 지난날, 푸름이인 우리들이 마음껏 즐길 노래를 가르치거나 들려준 교사나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갓 전교조가 생길 무렵, 전교조에서는 중·고등학교 푸름이가 즐길 노래를 지어야 한다며 여러모로 애쓰곤 했는데, 이제 전교조가 합법 노조가 되었으나, 막상 지난날처럼 푸른노래를 지으려 애쓰는 몸짓이나 움직임은 하나도 안 보입니다. 예부터 합법 노조였던 곳 교사나 어른이라고 푸른노래를 지은 적이 없습니다. 돌이키면, 예나 이제나 푸른노래는 이 땅에 없을 뿐 아니라, 어린이노래조차 싱그럽고 아름다이 짓는 삶가락이 없구나 싶어요. 오늘날 어른들은 오늘날 아이들한테 어떤 어린이노래를 들려주는가요. 아이들이 어떤 말로 어떤 넋을 빛내면서 어떤 삶을 일구도록 이끄는 노래를 지어서 들려주는가요.

 

 ......


  잠자리에서 두 아이를 갈마들며 재우느라 목이 살짝 쉴 만큼 어린이노래를 부릅니다. 몇 가락 부른대서 아이들이 잠들지 않습니다. 삼십 분이나 한 시간 즈음 끊이지 않고 고이 부릅니다. 이원수 님이 쓴 동시에 가락을 붙인 어린이노래만 두 아이를 팔베개로 갈마들어 눕히며 조용조용 부릅니다. 어린이노래는 어린이한테 아름답습니다. 어린이한테 아름다운 어린이노래는 푸름이한테도 아름답고, 어른한테도 아름답습니다. 어른한테 아름다운 어른노래 가운데 푸름이한테도 아름다우면서, 어린이한테도 아름다운 노래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4345.4.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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