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간에서 똥을 눌 때에

 


  뒷간에서 똥을 눌 때에 으레 문을 살짝 연다. 똥을 누는 사이 눈으로는 들판이나 멧자락을 바라보면 마음이 푸근하다. 예부터 한겨레 살림집은 똥 누는 자리를 집 바깥에 두었다. 아직 여느 시골집은 똥 누는 데가 으레 집 바깥에 있다. 집 안쪽에 똥오줌 누는 곳이 함께 있는 일은 그리 좋지 않다고 느낀다. 도시에서는 똥오줌을 누면서 무얼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보거나 느낄 수 있을까. 눈은 어떻게 쉬고 귀는 어떻게 열며 마음은 어떻게 가다듬을 수 있을까. 우리 집 뒤꼍에서 한창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바라본다. 들새와 멧새가 먹이를 찾아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다. 어제와 그제 바람이 그토록 모질더니, 오늘은 바람이 아주 조용하다. 세 식구는 아직 꿈결이다. 호젓한 아침을 맞이하면서 따순 햇살을 듬뿍 맞는다. (4345.4.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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