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동백꽃

 


  우리 마을뿐 아니라 이웃마을 울타리를 살며시 넘겨다보면, 어느 집이나 동백꽃이 거의 다 떨어졌다. 우리 집 동백나무만큼 봉우리를 터뜨릴 줄 모른다. 우리 집 후박나무도 좀처럼 봉우리를 벌리지 않는다. 날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아도 늘 그 모습 그대로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그러나, 동백꽃이든 후박꽃이든 그야말로 아주 따사로운 날씨가 이어지며 더는 찬바람에 꽃잎 떨구지 않아도 될 때까지 곱게 참으며 기다리지 않을까.


  봉우리를 앙 다문 동백나무를 들여다본다. 해가 잘 드는 자리에 새 동백꽃 한 송이가 잎을 활짝 벌린다. 손을 뻗어 살며시 만진다. 줄기에 달린 잎도 보드랍지만, 이 꽃잎은 어쩜 이리 보드라울 수 있을까. 온누리 어떤 종이라 하더라도 꽃잎처럼 보드랍고 튼튼하며 향긋하게 만들 수 없겠지. 꽃잎은 며칠 지나 꽃대에서 떨어지면 이내 시들고 만다지만, 활짝 벌렸을 때이든 가랑꽃이 되든 늘 싱그러이 빛나는 목숨이기 때문에 이토록 보드라우며 튼튼한데다가 향긋할 수 있겠지.


  새 아침을 맞이해 아이들이 잠에서 깬다. 둘째는 내 무릎에 누워 더 잔다. 첫째는 방문 한쪽을 열고 앉아 책을 읽는다. 먹이를 찾으며 날아다니는 새들 소리를 듣는다. 햇살은 차츰 밝아진다. 날은 더 따스해진다. 오늘 하루 좋은 이야기 그득 우리 곁에 찾아오리라 믿는다. (4345.3.29.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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