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매화꽃
[고흥살이 10] 나무 심어 남기기

 


  뒤꼍 땅뙈기를 밭으로 한창 일구다가 뒤늦게 알아챕니다. 뒤꼍 땅뙈기를 빙 둘러 여러 나무가 있는데, 이 가운데 하나는 매화나무였습니다. 빈집이던 이곳을 지난가을 찾아들어 이리저리 손질하고 나무는 가지치기를 했는데, 가지를 너무 치는 바람에 올해에 새잎이 돋을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매화나무는 가지치기를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발그스름한 봉우리를 잔뜩 맺고 하나둘 터뜨립니다. 앙상한 가지인 채 하도 오래 있던 터라 눈여겨보지 않았어요. 발그스름한 봉우리가 가지마다 촘촘하게 맺힌 줄 참 늦게 알아봅니다.


  이렇게 어여삐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는 언제 이 땅뙈기에 뿌리를 내렸을까 궁금합니다. 어떤 손길이 어린나무를 심거나 작은 씨앗을 심었을까 궁금합니다. 오늘 내가 씨앗 하나 심으면 이 씨앗은 여러 해에 걸쳐 아주 천천히 땅에 뿌리를 내릴 테지요. 퍽 더디다 할 만하지만 나무 목숨으로 헤아리자면 하나도 더디지 않는 빠르기라 할 테지요. 내가 심는 씨앗은 내가 누리거나 즐길 나무로 자라기보다는 내 아이들이 누리거나 즐길 나무로 자랄 테고, 내 아이들이 낳을 아이들이 신나게 껴안으며 사랑할 우람한 나무로 우뚝 설 테지요.


  나무를 심는 사람은, 작은 목숨을 사랑하는 넋을 가슴에 품으며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잘 자란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은, 나무가 듬뿍 내어주는 선물을 기쁘게 받으며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우뚝 선 나무가 맺는 열매를 받는 사람은, 먼먼 옛날부터 차근차근 이어오는 아름다운 사랑을 깨달아 즐거우리라 생각합니다.


  흙 땅 한 뼘을 곱게 건사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흙땅 한 뼘에 씨앗 한 알 갈무리하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흙땅 한 뼘에서 자라나는 나무를 아끼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흙땅 한 뼘에서 우람하게 자라난 나무를 즐거이 바라보는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4345.3.28.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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