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책읽기
서평단을 하며 책을 읽을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서평단을 하면서 내 삶에 찬찬히 녹아들도록 책을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를 좋아해 주는 누군가 나한테 책을 선물로 보내 준다면, 이렇게 받는 책선물을 즐거이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책선물 아닌 책홍보를 바라는 서평단 책들을 읽으며 내 가슴을 촉촉히 적실 수 있을까 아리송하다. 누군가는 서평단 책읽기를 하면서 스스로 이녁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고 생각할는지 모르나, 생각으로만 그칠 뿐, 막상 스스로 삶을 일구거나 가꾸는 일하고는 동떨어지지 않나 싶다.
모든 책은 모든 말에서 태어난다. 모든 말은 모든 삶에서 태어난다. 삶이 있기에 말이 있다. 말이 있기에, 이 말이 글로 피어난다. 글로 피어난 말은 책에 담긴다. 곧, 삶이 말이요, 말이 글이며, 글이 책인 셈이기에, 삶을 스스로 사랑스레 일구는 나날이라 한다면, 다른 사람이 쓴 책을 구태여 안 읽더라도, 내 삶을 일구는 내 삶책이 있는 만큼, 나로서는 언제나 새롭게 책읽기를 하는 셈이다.
종이책을 읽는대서 책읽기가 되지 않는다. 종이에 아로새긴 책을 읽을 때에만 책읽기라 가리키지 않는다. 이야기를 읽기에 책을 읽는다 말한다. 종이책이든 삶책이든 마음책이든, 또 일책이든 놀이책이든 사랑책이든, 나 스스로 무엇을 하든 내 아름다운 나날이요 빛이며 이야기라고 깨달을 수 있어야 ‘읽기’가 되고, 제대로 읽기를 했다면 ‘책읽기’를 이룬다 할 만하다.
나는 내 삶을 읽고 싶다. 나는 내 삶을 쓰고 싶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하고 싶다. 나는 내 삶을 아끼며 아이들이 스스로 저희 삶을 아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내 삶을 읽는 책읽기일 때에 즐겁다. 나는 내 삶을 쓰는 책쓰기일 때에 흐뭇하다. 나로서는 내 삶이 아닌 내 지식을 글로 쓰지 못한다. 나로서는 내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 삶을 글로 옮기지 못한다. 오직 내가 즐거이 바라보고 마주하며 기쁘게 어깨동무한 내 삶을 읽고 쓰며 나눈다.
서평단이든 신문·잡지사 기자이든 또 비평가이든 여느 책즐김이가 되든, 사람들은 스스로 책을 읽는다고 생각할 테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기쁘며 사랑스럽고 아름다이 책을 읽으며 삶을 읽고 말을 읽어 이야기 한 자락 빛내는 이는 몇이나 될까 모르겠다. 어떠한 책이든 내 삶을 읽는 길에 함께 선 동무, 곧 길동무이다. (4345.3.27.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