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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빔 - 남자아이 멋진 옷 ㅣ 우리 문화 그림책 8
배현주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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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옷 입고 노는 아이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48] 배현주,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사계절,2007)
우리 집 다섯 살 아이가 그림책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사계절,2007)을 보더니 저도 이 그림책에 나오는 예쁜 옷을 입고 싶다 이야기합니다. 그예 저도 예쁜 치마저고리를 입고 싶다 노래합니다. 명절이 되면 잠자리에 들 때마저 안 벗으려 하는 치마저고리를 꺼내 달라 끝없이 말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 주신 색동저고리는 곱습니다. 다만, 이 색동저고리는 치마가 끌리고 소매가 불룩합니다. 걸어다니거나 뛰어놀기에 알맞지 않고, 밥을 먹을 때에도 썩 좋지 않습니다. 틀림없이 예쁘게 지은 옷이지만, 여느 자리에서 여느 삶을 꾸릴 때에 입기에는 그리 걸맞지 않은 옷이 아닌가 싶곤 합니다.
아이가 예쁜 옷이라 여긴다면 얼마든지 입을 만합니다. 아이 스스로 이 예쁜 옷을 입고 뛰고 달리고 구르고 한다면 괜찮다 할 만합니다. 아이는 이 옷을 입으면 아이 스스로 달리거나 구르거나 뛰거나 하면서 거추장스러운 줄 느끼지 싶어요. 그런데, 이렇게 느끼면서도 벗지 않아요. 밥먹는 자리에서 옷소매가 하도 끌리니 어쩔 수 없이 저고리만 벗고는 밥을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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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걸이장 문을 열고 설빔을 꺼내어요. 엄마가 지어 주신 새 옷이에요. 버선, 바지, 저고리, 배자, 까치두루마기, 전복. 흠흠! 옷에서 엄마 냄새가 나요 .. (8쪽)
마당에서 뒹굴고 집에서 놀며 예쁜 옷을 굳이 입어야 할까 싶지만, 무얼 하며 놀더라도 예쁜 옷을 입으며 놀 만하겠다고 생각을 고칩니다. 내가 어른이 되어 예쁜 옷을 딱히 안 찾는달 수 있고, 나는 어린 나날부터 예쁜 옷을 그닥 안 찾았는지 모릅니다. 더욱이, 이런저런 집일을 하루 내내 하자면 예쁜 옷이고 미운 옷이고 따로 없어요. 일하며 거추장스럽지 않은 옷을 입을 뿐이고, 아이를 자전거수레에 태어고 면에 다녀올 때에 무겁지 않은 옷을 걸칠 뿐입니다.
그러나 아이한테 아버지 생각을 집어넣을 수 없습니다. 아이는 한 해 내내 예쁜 옷만 입으며 놀 수 있어요. 꼭 명절이 아니어도 색동저고리 색동치마를 입을 만해요. 빛깔 고운 한복이라 한다면 애써 명절에만 입을 노릇이 아니라, 여느 때 여느 자리 여느 나들이에도 기쁘게 입을 노릇일 테니까요.
.. “누구야 누구? 이렇게 혼자서도 바지 잘 입는 사람이!” ..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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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 치마를 입고 이 저고리를 입고 신나게 놀다가 어느새 이 옷들을 홀랑 벗고는 다른 예쁜 옷을 찾아 입습니다. 이러다가 이 옷들을 또 홀랑 벗고는 다시 다른 예쁜 옷을 찾아 입습니다.
방바닥에 아이가 벗어 아무렇게나 널브러뜨린 옷이 잔뜩 있습니다. 아이는 제 손이 안 닿는 곳에 올려놓은 다른 예쁜 치마를 꺼내 달라 노래합니다. 아버지는 그 치마를 꺼내 줄 생각이 없습니다. 입고 벗은 옷을 개지 않고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데, 더욱이 한 번 입고 또 다른 옷을 입으면, 이렇게 벗은 옷을 빨 수도 없고 치울 수도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옷을 잘 입습니다. 아이는 스스로 옷을 잘 벗습니다. 이리하여, 스스로 온갖 옷을 입었다가 벗습니다. 온갖 양말을 신었다가 벗습니다. 온갖 신을 꿰었다가 벗습니다. 곁에서 이 꼴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이 꼴을 예쁜 짓이라고 여겨야 할는지 미운 짓이라고 삼아야 할는지 알쏭달쏭합니다.
배현주 님 그림책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을 곰곰이 읽다가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이렇게 온갖 옷을 입다 벗다 되풀이하는 사이 옷을 어떻게 입는가를 시나브로 익히는 셈인가 싶기도 합니다. 우리 집 첫째는 돌을 지날 무렵 단추를 아주 잘 꿸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하겠다며 어머니랑 아버지가 입히는 손길을 손사래쳤습니다. 옷을 얼른 입고 마실을 나가야 할 때마다 어김없이 질질 끌었어요. 이런 버릇은 요즈음도 다르지 않아요. 입어야 할 옷을 제대로 안 입다가는 ‘너 이렇게 안 입으면 혼자 집 지켜.’ 하고 몇 번씩 말하고 가방 메고 일어서야 부리나케 ‘온 방바닥에 널브러뜨린 옷을 찾느’라 바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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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도 입고 신도 신고 호건도 쓰고……. 나 혼자 다 했어요. 어때요, 이 만하면 다 컸지요? .. (32쪽)
그림책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은 참 곱게 여민 그림책이라고 느낍니다. 우리 겨레 옷차림을 곱게 빚은 그림책이 매우 드문 모습을 떠올리더라도 참 곱게 여민 그림책이요, 우리 빛깔을 담으려 하는 그림책이 몹시 적은 일을 헤아리더라도 참 곱게 여민 그림책입니다. 사내아이가 제 예쁜 옷을 찾아 입는 모습을 앙증맞게 잘 그렸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차근차근 옷을 예쁘게 꿰는 모습을 알뜰살뜰 보여줍니다. 아이다운 몸짓과 아이다운 낯빛이 해맑습니다. 조금 더 바란다면, 책끝에 온식구 모습만 한 차례 담기 앞서, 이 아이가 마을 동무들하고 얼크러지며 한바탕 뛰노는 그림을 담을 수 있었으면, 집집마다 다 다른 빛깔로 다 다르게 빛나며 한결 곱게 어우러지는 한겨레 빛깔을 보여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느 때에는 여느 옷을 입고 놀 아이들이, 설이나 한가위를 맞이해서는 저마다 예쁜 빔을 차린 채 개구지게 뛰노는 모습을 그림 한 장쯤, 또는 두 장쯤 실으면, 예쁜 옷 예쁜 꿈 예쁜 삶 예쁜 이야기를 더 흐드러지게 나눌 수 있겠지요. (4345.3.15.나무.ㅎㄲㅅㄱ)
― 설빔, 남자아이 멋진 옷 (배현주 글·그림,사계절 펴냄,2007.1.2./10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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