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책

 


  2002년부터 2004년 사이에 장석봉 님이 한국말로 옮긴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 여섯 권이 나왔다. 《쫓기는 동물들의 생애》, 《회색곰 왑의 삶》, 《뒷골목 고양이》, 《위대한 늑대들》, 《표범을 사랑한 군인》, 《다시 야생으로》인데, 이무렵 이 책들을 하나하나 사서 읽으면서, 이 아름다운 문학이 새로 옷을 입고 나온 일은 더없이 기쁘고 고맙지만, 틀림없이 이 책들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고 새책방 책시렁에서 사라질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나는 이 책들이 아주 아름답고 좋아서 기쁘게 장만하기도 했으나, 이때에는 나 혼자 살아가던 나날이었지만, 나중에 혼인을 해서 아이를 낳는다 하면, 우리 아이들이 시튼 문학을 맛보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에, 더 알뜰히 이 책들을 건사하자고 다짐했다.


  이렇게 다짐하고 몇 해 지나지 않아, 참말 이 책들은 하나하나 사라졌다. 그나마 몇 가지 책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모르는 일인데, 아직 살아남은 책들도 창고에 있던 책이 띄엄띄엄 다 팔리고 나면 다시 찍는 일 없이 그야말로 조용히 잊혀지지 않을까. 이렇게 잊혀지고 나서 스무 해쯤 뒤, 이를테면 2030년이나 2040년에 또다시 새로 옷을 입고 태어날는지 모르리라.


  그러나, 나는 새옷이 썩 반갑지 않다. 아름다운 문학인 만큼 아름다운 번역이 되도록 아름답게 느낄 말글로 꽃피우는 책이 되어야 반갑다. 껍데기만 새롭다 해서 새로운 책이 아니다. 알맹이가 새로울 때에 비로소 새로운 책이다. 옷을 새로 입힌다 해서 새로 태어나는 책이 아니다. 알맹이를 새롭게 일구면서 가꿀 때에 바야흐로 새로 태어난 책이다. (4345.3.13.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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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3-13 11:36   좋아요 0 | URL
덧붙이면, 잿빛곰 이야기는 재판을 찍으며 겉그림이 달라졌다.
넷째 이야기는 늑대들부터는 겉그림 짜임새가 달라졌다.
넷, 다섯, 여섯, 이 책들도 하나, 둘, 셋 책들처럼
겉을 꾸미면 한결 멋스러웠으리라고 나 혼자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