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원으로 사진책 하나 장만하기
갑작스레 6만 원이 생겼다. 누리책방 알라딘에 쓴 느낌글 가운데 세 꼭지가 ‘이달 좋은 느낌글’로 뽑혀 하루아침에 6만 원을 벌었다. 나는 돈을 벌려고 느낌글을 쓰지 않는다. 누가 돈을 준대서 느낌글을 써 주지 않는다. 나 스스로 즐겁게 읽은 책과 얽힌 내 삶 이야기를, 나 스스로 좋아서 느낌글 하나로 갈무리한다. 이렇게 쓰는 느낌글이기에 ‘이달 좋은 느낌글’이라며 내 글을 세 꼭지 뽑아 주면서 6만 원을 덤으로 안기니 몹시 놀란다.
그러나 놀라지 않기로 다짐한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 6만 원으로 새롭게 책 하나 사기로 다짐한다. 그동안 돈이 없다며 장만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애타던 사진책들 가운데 한 권을 산다.
내가 사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진책을 모조리 사자면 아마 5억 원쯤은 있어야지 싶다. 이 가운데 누리책방에 주문해서 살 수 있는 사진책이라 한다면 ‘알라딘 보관함’에 담은 사진책 값만 하더라도 2천만 원이 넘는다. 더욱이, 일본 도쿄 간다 헌책방거리로 마실을 가서 그곳에서 사진책을 실컷 장만하여 한국으로 보내 달라 한다면, 나로서는 몇 억 엔어치를 살 테니, …….
덧없는 꿈인지 배부른 생각인지 모르나, 읽고 싶은 사진책이 아주 많다. 그러나 이 사진책들을 장만할 돈이 내 주머니에는 없다. 나로서는 내가 오늘 읽을 수 있는 사진책을 수없이 되읽으며 내 마음을 다스리려 한다. 나 스스로 내가 꿈꾸는 좋은 사진을 빚어 보려고 한다.
아무튼, 하늘에서 떨어진 6만 원 선물이 찾아왔기에, 《てるてる はるひ―父さん 晴日を撮る》라 하는 사진책 하나를 산다. 이 사진책을 낸 사진쟁이가 누구인지 모르고, 책에 깃든 사진이 어떠한지조차 모른다. 오직 겉그림 하나만 바라보며 장만한다. (4345.3.12.달.ㅎㄲㅅㄱ)
ㄱ. 책으로는 삶을 배우지 못한다
ㄴ. 좋은 사진은 좋은 삶에서 태어난다
ㄷ. 누구를 바라보며 찍는 사진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