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사진

 


  두 아이를 씻기고 빨래를 하다가 문득 생각한다. 빨래나 밥하기나 청소처럼, 집에서 날마다 으레 자주 하는 일거리를 사진으로 찍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첫째 아이가 통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기에 얼른 사진기를 가져온다. 이틀이나 사흘에 한 차례 이렇게 씻기면서도 막상 아이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하기 일쑤였다. 하루 내내 아이랑 복닥이며 아이들 온갖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왜 아이들 씻길 때에는 사진을 찍자고 생각하지 못할까. 아무래도 후다닥 씻기고 재빨리 빨래를 마쳐야 다른 집일을 더 일찍 끝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사진으로 찍자면 가장 쉽게 가장 흔히 찍을 만한 집일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막상 ‘사진쟁이가 가장 안 찍는’ 모습이 바로 집안일 하는 삶. 저마다 집에서 날마다 으레 하는 일을 사진으로 담아서 나눈다면 얼마나 재미날까. 다 다른 살림새와 다 다른 이야기를 꽃피우며 얼마나 앙증맞고 놀라울까.


  이른바 ‘생활사진’이니 ‘다큐멘터리’이니 하는 이름을 붙이는 사진을 들여다보아도, 빨래하는 삶이나 밥하는 삶이나 밥먹는 삶이나 설거지하는 삶이나 아이들이랑 노닥거리는 어버이 삶이나, 이런저런 흔하고 수수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 일이 아주 드물다. 골목길 마실을 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사람들조차, 골목집 빨래줄마저 사진으로 그닥 안 찍기 일쑤이니, 이 나라에서는 아무 할 말이 없는 셈일까. (4345.3.12.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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