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동백꽃 책읽기

 


 지난겨울 12월 첫무렵에 우리 집 마당가 동백나무에 꽃이 너덧 송이 피었다. 이러고서 다른 동백꽃은 더 피어나지 않았고, 이제 해를 넘긴 3월 첫무렵에 첫 봄동백꽃 한 송이가 피어났다. 바야흐로 다른 동백꽃 봉우리가 시나브로 터지리라 생각한다. 동백나무 곁에서 함께 자라는 후박나무도 나란히 꽃봉우리를 터뜨리겠지.

 

 11월 끝무렵과 12월 첫무렵에도 매우 포근한 날씨가 찾아들곤 한다. 이때에 동백나무 봉우리 가운데 몇몇이 따순 날씨에 그만 꽃잎을 연다. 그러고는 겨우내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꽃잎이 차갑게 시든다.

 

 일찍 피어 일찍 시든 꽃잎이 오래도록 매달린다 할는지 모른다. 그런데, 봄이 피는 꽃이라 하더라도 머잖아 시들기 마련 아닌가. 겨울에 피든 봄에 피든 꽃이라면 시들기 마련이다. 꽃은 반드시 시들어야 열매를 맺고, 씨를 낸다. 피기만 하고 지지 않는다면 꽃이 아니요, 피어난 꽃으로 열매와 씨를 이루지 못한다면 풀이나 나무 구실을 못하는 셈이다.

 

 피는 꽃은 아름답다. 지는 꽃 또한 아름답다. 새 잎사귀는 아름답다. 지는 가랑잎과 맺는 열매와 씨 모두 아름답다. 앙상한 나뭇가지라든지 누렇게 말라붙은 풀줄기도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고 여길 모습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이야기가 있을까. 아름답지 않을 책이 있을까. (4345.3.6.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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