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바람 책읽기

 


 들판을 가로질러 들바람이 분다. 들판을 바라보며 살아가니까 들바람을 쐰다. 멧골자락 끼던 자그마한 집에서 살던 나날은 멧바람을 맞이했다. 멧골을 타고 부는 바람이니 멧바람을 쐰다. 골목동네 조촐하니 맞닿은 곳에서 지내던 나날, 식구들은 모두 골목바람을 맞아들였다. 골목바람은 쬐꼬만 골목마당에 드리운 빨래줄에 건 빨래 사이로도 불고, 골목집 지붕을 타고 마실하는 고양이 등짝으로도 불며, 골목집 사이사이 조그마한 틈에 씨앗을 내려 높이높이 솟는 예쁘장한 골목나무 잎사귀를 흔들며 불기도 한다.

 

 삼십 분 남짓 자동차 한 대 오가지 않는 시골길을 두 아이와 두 어른이 걷는다. 갓난쟁이는 어른 한 사람이 안거나 업어 걷는다. 다섯 살 아이는 혼자 멀찌감치 앞서 달리다가 뒤로 돌아오곤 한다.

 

 새롭게 찾아온 봄을 따라 솔솔 녹는 흙내 살포시 안은 바람이 분다. 솔솔 녹는 흙에서 아주 조그마한 씨앗이 뿌리내리며 돋는 새싹이 반짝반짝 푸르게 빛난다. 앙증맞은 푸른 잎사귀 사이사이 조그마한 꽃잎 몇 장 눈부시다. 작은 잎 작은 꽃 작은 사람은 들바람 소리를 듣는다. 들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들새 소리를 듣는다. 시골길이 끝나고 한길로 접어드니 자동차 제법 드나든다. 자동차 소리에 묻혀 들바람 소리도, 들새 소리도, 들꽃들 반짝거리는 빛깔도 모두 잊는다. (4345.3.4.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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