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는 빨개요
뻬뜨르 호라체크 글 그림 / 시공주니어 / 200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인 나한테 선물하는 그림책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140] 뻬뜨르 호라체크, 《딸기는 빨개요》(시공주니어,2002)

 


 나는 어릴 적 그림책을 보며 자라지 않았습니다. 딱히 그림책이 없었으나 어린 나날을 따분하게 보내거나 심심하게 누리지 않았습니다. 놀거리 많았고 놀이동무 많았습니다. 무엇을 돌아보든 놀거리요, 어디를 다니든 놀이동무였습니다.

 

 오늘날 그림책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집니다. 쏟아지는 그림책만큼 아이들 어버이는 그림책을 꽤 많이 장만합니다. 그림책을 집에 가득 모시는 아이들은 어느 때라도 마음껏 그림책을 펼칠 수 있습니다. 집에서든 어린이집에서든 학교에서든 그림책은 아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좋은 그림책 많이 나오는 오늘날이라 아이들이 즐거울 만한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좋은 그림책 두루 볼 수 있어 오늘날 아이들은 맑은 꿈을 빛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좋은 그림책 걱정없이 누릴 수 있으니 오늘날 아이들은 너른 사랑을 따스히 가꿀 만한지 궁금합니다.


.. 빨간색 딸기 ..

 


 내 어릴 적 그림책이란 없었으나, 집 둘레 어디에서나 풀을 보고 꽃을 보며 나무를 보았습니다. 풀을 만지고 꽃을 만지며 나무를 만졌습니다.

 

 하늘을 보고 땅을 밟습니다. 무지개를 보고 뭉게구름을 보며 소나기를 봅니다. 빗소리를 듣고 풀벌레소리를 들으며 새소리를 듣습니다. 하늘빛을 헤아리고 물빛을 들여다봅니다.

 

 곰곰이 돌이키면, 오늘날 그림책에 담기는 이야기란 하나도 남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담는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 그림책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예쁘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여기는 모습을 담는 그림책입니다.

 

 곧, 그림책이 없더라도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우리 스스로 곱게 돌보면 기쁩니다. 그림책이 없다지만 우리가 하루하루 즐거이 살아가며 예쁘게 사랑하면 됩니다. 그림책을 모르더라도 어른들부터 좋은 나날 누리며 아이들이 어른한테서 좋은 꿈을 물려받을 수 있으면 넉넉합니다.


.. 주황색 귤 ..

 


 뻬뜨르 호라체크 님 작은 그림책 《딸기는 빨개요》(시공주니어,2002)를 읽습니다. 아이가 좋아할 만하다고 여겨 장만하기도 했지만, 아이에 앞서 나부터 보기에 즐거웁기에 장만합니다. 아이가 예쁘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이에 앞서 어른인 내가 예쁘게 읽을 만하다 싶기에 장만합니다.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힐 때에는, 이 그림책을 읽을 어른부터 즐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이 읽기에 즐겁지 않은데 아이가 읽으며 얼마나 즐거울까 모르겠어요. 때로는, 어른한테는 재미없어도 아이한테는 재미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모름지기 그림책이라 하면, 누구나 즐기고 누구나 좋아하며 누구나 사랑을 느낄 때에 그림책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고 느껴요.

 

 그러니까, 그림만 예쁘장하거나 귀엽게 그린대서 그림책이 아니에요. 재미난 말놀이를 한다든지, 아이한테 무슨무슨 학습 효과가 있대서 그림책이 아니에요.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어우러지는 삶을 담는 책이에요. 그림책은 아이와 어른이 서로 아끼고 좋아하는 나날을 빛내어 그러모으는 책이에요. 그림책은 이 지구별 사람들이 다 함께 어깨동무하며 사랑할 꿈을 돌보거나 보살피도록 이끄는 책이에요.


.. 내 그릇에 담긴 알록달록한 과일들을 보세요 ..

 


 “내 그릇에 알록달록” 담는 과일을 하나씩 앙증맞게 담은 그림책 《딸기는 빨개요》입니다. 참 곱게 그렸고, 참 재미나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왜 ‘빨간빛-노란빛-주황빛’처럼 옮기지 못했을까요. 한국 아이들한테는 한국말로 ‘빛깔’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지요.

 

 알록달록 어여쁜 빛깔을 알록달록 아리따운 말구슬로 엮으면 참으로 좋았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무튼, 두 아이 아버지인 나는 아이랑 나한테 선물하려고 이 그림책을 장만합니다. 좋은 책, 좋은 마음밥, 좋은 선물, 좋은 꿈, 좋은 이야기밥, 좋은 하루로 빛내는 예쁜 그림책이라고 여겨 장만합니다. (4345.3.2.쇠.ㅎㄲㅅㄱ)


― 딸기는 빨개요 (뻬뜨르 호라체크 글·그림,시공주니어 펴냄,2002.2.10./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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