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뱃속 벌레 잡는 약
면내 약국으로 사러
자전거에 수레 달아
첫째 아이 태우고
봄햇살 봄바람 누리며
천천히 달린다.

 

집을 나서기 앞서
둘째가 똥 푸지게 누어
밑 씻기고
똥기저귀 빨아
후박나무 빨래줄에 널었다.

 

약 한 봉지 사서
집으로 돌아오니
팔꿈치가 저리다.

 

이 팔꿈치는
2004년 한여름 한낮
자전거 타고
내리막길 달릴 때
짐차가 갑자기 앞에
확 끼어들기에
부리나케 서느라
길바닥에 몇 바퀴 구르며
망가졌다.

 

짐차는 뺑소니쳤다.

 

내 손목은
1998년 한여름 새벽
신문배달 마친
빈 자전거로
지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골목서 불쑥 튀어나온
여름휴가 간다던 네 식구
까만 차가
뒷바퀴 들이받아
하늘 붕 날다
길바닥에 꽈당 꼴아박히며
으스러졌다.

 

여름휴가 까만 차는
미안하다 말하며
소식을 감췄다.

 

저녁나절,
첫째 아이를 씻기며
온 식구 옷가지를
빨래한다.

 

손목은 아무것
못 느낀 지 오래.
팔꿈치는 전기
지릿지릿 오며 괴롭다.

 

애벌빨래 마치고서
국을 데우고
양상추무침 마련한
밥상 차려
다 씻긴 아이
먹인다.

 

아이가 밥 먹는 동안
남은 빨래 끝낸다.
오늘도
잘 살았다.

 


4345.2.29.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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