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죽은 글쓰기
산 목숨이 아닌 죽은 목숨을 먹으면서 내 넋을 죽은 넋 아닌 산 넋으로 얼마나 알뜰히 지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참말, 죽은 목숨을 날마다 먹으면서도 산 넋으로 내 하루를 지킬 수 있을까.
죽은 목숨을 먹더라도 나 스스로 씩씩하고 튼튼하게 내 줏대를 다스릴 줄 안다면, 내 넋은 늘 산 넋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죽은 목숨에 고운 숨결 불어넣으면서 내 몸을 살찌울 수 있으면 얼마든지 아름다운 나날을 누리리라 생각한다.
산 목숨을 먹는다지만 나 스스로 흔들리거나 넘어지면서 내 줏대를 잃거나 잊는다면, 내 넋은 노상 죽은 넋이 되고 말겠지. 산 목숨을 싱그러이 빛나는 숨결로 받아들이지 못하니, 내 몸은 아름다운 하루를 기쁘게 누리지 못하겠지.
내 지난 사흘을 돌이킨다. 사흘 동안 죽은 목숨을 먹으니 몸이 무겁고 마음을 쉬 가다듬지 못한다. 방귀가 너무 자주 나올 뿐 아니라 방귀 냄새까지 구리다. 무거운 몸과 지친 마음이 될 때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거운 몸으로 집안을 얼마나 알뜰히 건사할 수 있는가. 지친 마음으로 집식구를 얼마나 따스히 아낄 수 있는가. 무거운 몸일 때에 어떤 책을 손에 쥐어 마음밭 야무지게 살찌울 만한가. 지친 마음일 때에 내 눈은 어떤 아름다운 빛을 깨달으며 사진을 찍는가. 어수선한 몸과 마음이면서 글 한 줄 곱게 여밀 수 있는가.
몸이 죽으면 마음이 죽고, 마음이 죽기에 생각이 죽어, 죽은 생각으로는 죽은 글을 빚는다.
죽은 글을 남길 때에는 사람 넋이 죽으면 이렇게 슬프며 괴롭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만할까. 송두리째 죽음수렁에 빠질 때에는 이렇게 갑갑하며 아프구나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셈일까. 온통 죽음에 휩싸인 수렁이기에, 이 수렁에서 헤쳐나와 빛줄기 곱게 누리고픈 꿈을 꾸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햇살을 먹으며 햇살을 느끼고 싶다. 햇살을 느끼며 햇살을 사랑하고 싶다. 햇살을 사랑하며 이 햇살을 내 옆지기와 아이들이랑 나누고 싶다. (4345.2.28.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