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기계 들이면
아침 낮 저녁
쉴새없이 빨래하던 내 손
느긋하게 쉰다.
하얗게 트거나
쩍쩍 갈라지는 일
줄어들겠지.

 

틀림없이
빨래 일거리 줄면서
집살림 더 살가이
보듬는 길 찾을 만하다.
나날이 무럭무럭 크는
두 아이 곱게 배울
좋은 살림빛 돌볼 짬 낸다.

 

저녁나절
아이들 씻긴 물로
기저귀랑 옷가지랑
빨래하며 생각한다.
기저귀며 옷가지며
손빨래하는 아버지
오늘날 얼마나 될까.

 

아니,
빨래는 안 해도 돼.
아이들 씻기고 입히며 먹이는
집안일 즐거이 웃으며 하는
아버지는 얼마나 있을까.
너무 바쁜 아버지들 아닌가.
너무 밖에서 노는 아버지들 아닌가.

 

아이들 씻기고 남은 물
언제나 너무 아까운 나머지
아이들 옷가지 빨래하는 데 쓴다.
빨래기계한테는
이불이랑 두꺼운 겉옷 맡기고
가벼운 옷가지랑 기저귀
이 물로 손빨래하면 될 테지.

 

씻은 물은
빨래하는 물이 된다.
빨래하는 물은
옷부터 빨고 걸레를 빨며
이 물은 다시
바닥을 닦는 데 쓴다.
물 한 방울 고맙다.

 

물잔에 따라 마시면서
밥을 안치면서
국을 끓이면서
낯을 씻으면서
이를 닦으면서
어디에서 흘러
어디로 가는가 생각한다.


4345.2.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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