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복소복 흰눈 책읽기

 


 날이 흐리지만 빨래를 내다 널었다. 옆지기가 문득 묻는다. 하늘에서 하얀 게 떨어지는데 그냥 두느냐고. 아직은 그냥 두자고 말한다. 아침을 먹고 바깥을 살피니 눈이 소복소복 내린다. 이내 펑펑 쏟아진다. 첫째 아이는 좋아라 하며 신을 꿰고는 마당을 누빈다. 둘째 아이는 볼볼 기어 유리문에 기대어, 나도 나가서 놀고 싶은데, 하는 눈빛이다. 아버지는 눈 맞는 빨래를 걷느라 부산하다.

 

 기저귀 빨래는 그럭저럭 말랐기에 방에 잘 널면 금세 보송보송해지며 개도 될 만하리라 느낀다. 다른 빨래는 집안에 들여 좀 오래 말려야 한다고 느낀다.

 

 눈이 오는 날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펄쩍펄쩍 뛰며 놀밖에 없으리라 생각한다. 눈이 오는걸. 그러면 비가 오는 날은? 그래, 비가 오는 날도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뛰며 놀아야겠지. 옷이 젖든 몸이 젖든 어찌 되든 실컷 놀아야지. 실컷 노는 동안 어버이는 집에서 물을 따숩게 덥혀 놓고 기다려야지. 아이가 집으로 돌아오면 젖은 옷을 벗기고 몸을 씻긴 뒤에 새 옷을 입혀야지.

 

 눈은 손으로 만지고 혀로 낼름 받아먹고 얼굴로 받으며 살갗으로 찌르르 차갑게 울리는 느낌을 찬찬히 아로새겨야 비로소 눈이 되리라 생각한다. 눈을 느끼지 못하고서는 눈 덮인 마을 담은 그림책을 읽거나 눈 오는 날 노는 이야기 실은 소설책을 읽는들 아무런 웃음도 눈물도 샘솟지 못하리라. (4345.2.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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