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2.16.
 : 자장자전거

 


- 저녁 다섯 시 십 분. 자전거를 끌고 면내 우체국으로 간다. 이듬날 갈까 싶기도 하지만, 그냥 우체국만 얼른 들렀다 돌아오기로 한다. 첫째 아이는 어김없이 아버지를 따라나선다. 아버지가 바지를 갈아입고 양말을 신을 무렵 “나도 갈래. 나도 아버지 따라 갈래.” 하고 말하면서 주섬주섬 옷을 챙긴다.

 

- 한낮을 지난 뒤 자전거마실을 아이랑 함께 할라치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수레 한쪽에 기대어 잠들곤 한다. 가만히 앉아 수레에 이끌리는 동안 아침부터 쌓이고 밀린 졸음이 왈칵 쏟아지는구나 싶다. 수레에 앉아 잠든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이 자전거는 ‘자장자전거’인가?

 

- 수레에 앉아 아버지랑 마실을 다니는 아이는 늘 조잘조잘 떠들거나 노래를 부른다. 수레에 앉은 아이가 조용하다면 졸립다는 뜻이다. 졸릴 때에는 아주 조용하며 얌전하다. 이러다가 어느새 고개를 톡 떨군다.

 

- 자장자전거를 타고 늦은 낮잠을 자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수레끈을 푼다. 안아서 방으로 들이려 하는데, 아이 어머니가 나와서 아이를 안는다. 나는 대문을 닫는다. 자전거랑 수레는 집 한쪽에 기대어 놓는다. 땀을 식히고 물 한 잔 마신다. 자전거마실을 하며 이제 날이 따스해지려나 생각해 보는데, 따스해지려다가 다시 찬바람 불고, 찬바람 불다가 살짝 포근하고, 이럭저럭 되풀이한다. 곧 따스한 바람만 부는 철이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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