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쓰는가

 


 나는 무엇을 먹는가 생각합니다. 내가 먹는 밥과 내가 읽는 책과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한동아리가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터 어떤 마을 어떤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일구느냐고 생각합니다. 내가 꾸리는 살림과 내가 읽는 책과 내가 쓰는 글은 늘 한몸 한마음 아니겠느냐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길을 걷는지 생각합니다. 내가 걷는 길과 내가 읽는 책과 내가 쓰는 글은 한결같이 만나지 않느냐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글로 쓰느냐는 무엇을 먹느냐입니다. 무엇을 글로 엮느냐는 어디에서 사느냐입니다. 무엇을 글로 빚느냐는 어떤 길을 걷느냐입니다.

 

 살아가는 길에 따라 글을 쓰기 때문에, 무엇을 쓰느냐 하는 일로 골머리를 앓지 않습니다. 더 잘난 삶이 없고 더 못난 삶이 없기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더 뛰어난 일이나 더 어리숙한 일이 없는 만큼, 어떤 이야기를 글로 담느냐는 대수롭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사랑하는 삶이 될 때에 나 스스로 사랑하는 꿈을 싣는 글을 씁니다. 나 스스로 기쁘게 누리는 하루가 될 때에 나 스스로 기쁘게 나눌 글을 씁니다.

 

 어머니는 아기를 몸속에 품으며 글쓰기를 배웁니다. 아버지는 아이를 품에 안으며 글 한 줄을 씁니다. 큰아이는 마당을 뒹굴면서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작은아이는 아침저녁으로 똥을 푸지게 누며 기저귀 빨래를 내놓으니 글을 예쁘게 읽습니다. (4345.2.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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