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빨래

 


 찬물로 설거지를 오래 하면 손이 시리다. 그러나 푸성귀를 헹굴 때에는 찬물로 해야 한다. 김이나 매생이처럼 바다에서 나는 풀을 거둘 때에는 차디찬 바닷물에 고무장갑 낀 손으로 하나하나 건진다. 고무장갑 없던 지난날에는 바닷마을 사람들이 어떻게 김이나 매생이를 건졌을까. 굴이나 조개를 겨울철에 어떻게 캤을까. 흙일 하는 사람이 맨손으로 흙을 만졌듯, 바닷일 하는 사람도 노상 맨손으로 물을 만지지 않았을까.

 

 감자·고구마·당근 들을 맨손으로 찬물 헹구기를 하며 문득 생각해 본다. 둘째가 똥을 누었을 때 따순 물이 없다며 찬물로 밑을 씻겨야 할 때에는, 몹시 놀라고 싫겠지. 아이들 함께 살아가는 집에서는 늘 따순물을 쓸 수 있어야 하는구나. 빨래를 할 때에도 김이 폴폴 나는 뜨신 물이 아니라면 똥기저귀 똥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다. 오줌기저귀도 이와 마찬가지이고, 여느 옷가지도 이와 매한가지이다. 따뜻한 물로 빨래를 해야 때가 잘 빠진다.

 

 따순 바람이 온누리를 살가이 보듬고, 따순 물이 집일 하는 사람 손을 살뜰히 보듬는다. 따순 사랑이 사람들을 포근히 감싸며, 따순 글과 이야기가 사람들 넋을 예쁘게 어루만지겠지. (4345.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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