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은 글, 읽고 싶은 글

 


 깊은 밤이나 새벽에 부시시 일어나 글을 쓸 때면 자꾸자꾸 ‘내가 혼자 살던 나날’이 떠오른다. ‘네 식구 함께 살아가는 나날’에는 이 책 저 책 눈에 뜨이는 책들이 있어도 선뜻 손에 쥐어 읽지 못한다. 더욱이, 이러한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어도 막상 쓸 겨를이 없다. 그러나, 네 식구 함께 살아가기 때문에, 내가 혼자 살던 나날에는 옳게 들여다보지 못하던 대목을 찬찬히 들여다보곤 한다. 혼자 살던 나날에는 애써 장만하지 않아도 될 만한 책을 이냥저냥 장만해서 이냥저냥 읽었을 테지만, 네 식구 함께 살아가는 나날에는 그야말로 복닥복닥 바쁘고 벅찬 틈바구니에서 나와 살붙이들 삶을 나란히 밝히거나 보듬을 만한 책을 가려서 읽자고 생각하곤 한다.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저희 아버지가 쓴 글을 읽을 날이 있으리라. 그렇지만, 굳이 아이들한테 읽히려고 쓰는 글이 될 수는 없다. 아이한테 읽힐 수 있는 글이기도 하겠지만, 이보다 내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마음으로 우러나 기쁘게 온 사랑 쏟는 글이 되어야지 않겠느냐 싶다. 참말 먹고 싶은 밥을 먹고, 참말 꾸리고 싶은 삶을 꾸리며, 참말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겠지. 착하게 사랑하는 길을 즐거이 걷고, 맑게 살림하는 길을 신나게 거닐며, 예쁘게 글을 쓰는 길을 차근차근 가자. (4345.2.1.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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