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아버지 곁으로 기어오기

 


 둘째를 씻긴다. 씻긴 아이를 방으로 안고 간다. 씻긴 아이한테 옷을 새로 입힌다. 둘째는 방에 두고 아이 씻긴 물이 가득한 씻는방으로 간다. 아이들 옷가지와 기저귀를 빨래한다. 한참 비빔질과 헹굼질을 하는데, 뒤에서 방바닥 척척 때리는 소리가 난다. 뭔가 하고 뒤돌아보니 둘째가 기어서 씻는방으로 다가온다. 곧, 씻는방 문턱에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다가는 바닥 물 흐르는 자리에 손을 대려 한다. 물을 만지고 싶구나. 그러나 빨래하는 아버지는 아이가 바닥에 손을 대지 않게 허벅지를 내밀며 막는다. 이런 모습으로 빨래를 잇는다. 아이가 아버지 허벅지에 두 손을 척 대고 발을 버티어 선다. 허벅지에 닿은 아이 손이 차갑다. 아이구, 이렇게 차가운 손으로 물놀이를 하겠다고? 여름이면 몰라, 겨울이잖니. 아버지는 허벅지로 버티며 빨래를 더 한다. 네가 씻은 이 물이 아직 따스할 때에 빨래를 해야 하거든. 둘째는 아버지 허벅지에 기대어 선 채 빨래 구경을 한다. 옳거니, 네 아버지가 네 옷가지랑 기저귀를 어떻게 빨래하는지 보고 싶니. 그러면 잘 보고, 무럭무럭 자라서 네 누나랑 함께 너희 옷가지를 신나게 빨렴. 너희 이불도 너희가 기쁘게 빨렴. 어느덧 빨래를 다 마칠 무렵까지 아버지 허벅지에 기대어 서며 구경하던 둘째는, 이제 다 되었다 싶을 때에 허벅지에서 손을 내리더니 뒤돌아선다. 두꺼운 겉옷은 씻는방에 걸어 물이 떨어지도록 하고, 나머지는 바가지에 담는다. 이제 방에 널려고 하니, 아이도 아버지를 따라 척척 긴다. 방으로 들어가 옷걸이에 빨래를 꿰어 널 때에, 첫째가 일을 거든다. 아버지가 열 몇 점을 꿰고, 첫째가 석 점을 꿴다. (4345.1.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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