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만두 빚는 할머니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왔다. 시외버스 여섯 시 반 걸린 먼길, 모두들 지치지만 어찌 되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닿아 한 시간 지나고 두 시간 지나며 아이들은 기운을 싱그러이 되찾아 뛰고 기고 달리고 노래하고 논다.

 

 모두 잠든 깊은 밤, 둘째는 어김없이 으앵 하고 자지러지듯 운다. 옆지기가 오줌기저귀를 가는 내내 아주 서럽게 운다. 옆지기도 쉬를 누고 내가 아이를 안으며 어르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옆지기가 돌아와 안으니 비로소 울음을 그친다. 옆지기는 할머니가 혼자 만두를 빚는다고 이야기한다. 응? 이 말에 잠을 퍼뜩 깨고 일어난다. 손을 씻고 얼굴을 씻는다. 시계를 본다. 새벽 세 시. 부엌으로 가서 어머니 곁에 앉는다. 어머니는 들어가서 아이들하고 자라 말씀한다. 나는 부엌에서 어머니 곁에 쪼그려앉는다. 얇게 편 만두살을 집는다. 숟가락으로 속을 퍼서 담는다. 나란히 만두를 빚는다. 내가 빚는 만두는 어머니가 빚는 만두하고 모양이 같다. 다만, 어머니 만두가 아들 만두보다 조금 더 예쁘다. 어쩔 수 없이, 어머니는 아들보다 만두를 훨씬 오래 더 많이 빚었으니까.

 

 새벽 세 시 사십 분. 만두빚기를 끝낸다. 만두속은 많이 남는다. 나머지는 이듬날 더 빚기로 한다. 어머니는 잠이 오지 않아 혼자 만두를 빚으려 하셨단다. 참말일까? 참말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도 잠이 오지 않는 깊은 밤이 되기로 했다. (4345.1.2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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