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 두꺼운종이 깔고 앉기
 [‘사진책 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일기 2012.1.14.

 


 바닥깔개가 틀림없이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집에도 도서관에도 없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아이가 느긋하게 앉아서 책을 읽으며 놀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참 힘들다. 그러다 문득, 두껍고 큰 골판종이가 있다는 생각이 난다. 커다란 골판종이를 바닥에 깔아 본다. 꽤 괜찮다. 여러 겹 깔아 본다. 썩 좋다. 깔개를 바닥에 대어 찬기 올라오지 않도록 막은 다음 골판종이를 위에 깔면 훨씬 좋겠다고 느낀다.

 

 내가 쓰는 책으로 글삯을 많이 벌면, 이리하여 이 초등학교 건물과 운동장을 통째로 장만할 수 있을 때에는, 바닥을 새로 하면서 불을 넣는 무언가 마련해서 누구나 신을 벗고 들어와서 드러누워 책을 읽을 자리를 꾸미면 얼마나 좋겠느냐 하고 꿈을 꾼다. 그때까지는 이렇게 어설프나마 책갈무리를 하면서 아이가 놀 자리를 꾸미자.

 

 이렁저렁 하루치 책갈무리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논둑길을 걷는다. 조금 돌아 찻길을 거닐 수 있지만, 난 이 길이 더 좋다. 흙을 밟을 수 있는 길이 즐겁다. 흙을 밟을 때에는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아주 싱그러운 기운이 올라온다고 온몸으로 느낀다. 우리 아이들부터 좋은 흙기운을 듬뿍 누릴 수 있기를 꿈꾼다. 나는 늘 꿈을 꾼다. 이 꿈 저 꿈 신나게 꾼다. 생각해 보라. 꿈을 꾸었기에 사진책도서관을 열었고, 좋은 옆지기를 만났으며, 아이를 둘 낳고, 시골에서 살아갈 수 있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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