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16.
 : 대문 여는 손

 


-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띄워야 한다. 지난 한 해에 걸쳐 아이들과 부대낀 시골살이 이야기를 그러모은 동시꾸러미가 있어, 이 꾸러미를 출판사 일꾼한테 보내려고 한다. 동시책을 내줄는지 안 내줄는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동시책을 내지 않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일꾼한테 글꾸러미를 보낸다. 동시책을 펴내는 출판사가 여럿 있으나, 나로서는 이들 출판사 가운데 내키는 데가 없다. 나는 말놀이 동시를 쓰지 않고 쓰지 못하며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 스스로 우리 아이하고 즐길 동시를 쓰고, 우리 아이와 비슷한 나이로 무럭무럭 자라날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좋으리라 여기는 동시를 쓰기 때문이다.

 

- 곧 설날이기에 서둘러 우체국으로 가자고 생각하며 자전거수레를 몬다. 이렁저렁 고뿔 기운 가라앉은 첫째를 수레에 태운다. 수레에 타고 마실을 한다니 타기 앞서부터 아주 좋아한다. 너하고 자주 들길이나 멧길을 거닐어야 하는데, 미안해.

 

- 마을을 한 바퀴 빙 돌고 나서 면내로 달린다. 겨울이지만 마치 봄과 같은 날씨라 춥지 않다. 아이는 수레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노래소리 들으며 다리에 더 힘을 주어 발판을 밟는다.

 

- 편지를 부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를 수레에서 내린다. 대문 빗장을 연다. 아이는 대문 한쪽에 붙어 문이 닫히지 않게끔 붙잡는다. 고 자그마한 손으로 용을 쓰며 붙잡는다. 아버지가 왜 얼른 안 들어오냐고 부르면서도 놓지 않는다. 사진 한 장 예쁘게 찍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이 착하고 어여쁜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는 얼마나 고마운 선물을 늘 누리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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