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시집 다시 읽기

 


 옛 시집을 가만가만 들추며 다시 읽는다. 아, 새로운 사람이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사랑하며 새로운 시를 내놓아 새로운 시집이 환하게 빛나는데, 나는 어이하여 책시렁 먼지를 슥슥 털면서 옛 시집을 꺼내어 읽는가.

 

 새롭다는 날을 맞이하더라도 국가보안법은 고스란히 서슬 퍼렇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사람들이 새롭다는 대학교를 마쳐 새롭다는 글을 빛내어 새롭다는 문학상을 받더라도 경제개발은 예나 이제나 거침없고 끊임없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날을 맞이하고 사람들 가방끈은 길어진다지만, 옛날이든 오늘날이든 고등학교만 마치며 집식구 벌어먹이려고 땀흘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인가. 새롭다는 온누리에 새롭다는 손전화 쏟아지더라도 흙을 파고 흙을 다루며 흙을 만지는 할매와 할배들 시골마을 곱다시 건사하기 때문인가.

 

 새 시집을 장만해서 읽자. 나는 새롭게 살아갈 사람이 아닌가. 옛 시집을 거듭 읽자. 예나 이제나 한결같이 사랑할 내 삶이니까. 새 시집을 빛내는 새 사람 삶을 돌아보자. 나는 오늘 하루 또 고맙게 새로 맞이할 수 있으니까. 옛 시집에 내리는 먼지를 말끔히 털어 새삼스레 또 읽자. 나는 어제가 쌓여 오늘이 되고, 오늘이 흘러 앞날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이니까. (4345.1.17.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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