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책읽기 2

 


 술을 마시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글을 쓸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며 무슨 글을 쓸 수 있고, 술을 마시며 무슨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옛날 옛적부터 흙일이 무척 고되면 술을 마시며 새힘을 불러일으켜 다시금 연장을 쥐었다는데, 알딸딸하고 살며시 해롱거리는 기운으로 다시금 몸을 움직였다는데, 이렇게까지 하며 일을 하고 나면, 온몸이 그예 솜뭉치처럼 된다. 일하는 사람한테는 술이 무엇일까.

 

 술을 마시면서 아기를 볼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아기한테 젖을 물릴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배를 몰아 고기를 낚을 수 있을까. 술기운에 헤엄을 치면 얼마나 물살을 잘 가를 수 있을까. 술을 마시면서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할 수 있을까.

 

 술을 만드는 회사는 아주 크다. 술을 만드는 회사는 회사원을 어마어마하게 거느린다. 술을 만드는 회사는 온 나라 곳곳에 큼지막하게 광고판을 붙인다. 온 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술을 아주 쉽게 사서 마실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술을 마셔야 할까. 술을 마시며 무엇이 기쁘거나 흐뭇하거나 재미나거나 좋을까.

 

 술이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걸림돌은 아닌가. 술이란, 사람들 스스로 생각을 멈추도록 하거나 생각을 않도록 하거나 생각을 잊도록 내모는 고임돌은 아닌가.

 

 사람들이 술을 마시도록 내모는 나라나 사회라면, 이러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이 살아갈 만할까. 술을 마시며 읊는 사랑과 평화는 얼마나 즐겁거나 너그러울까.

 

 사람을 틀에 가두는 나라에서 사람이 술을 마시도록 몰아세운다고 느낀다. 사람들 생각을 틀에 갇히도록 하는 나라에서 자꾸자꾸 술을 마시도록 밀어붙인다고 느낀다.

 

 아주 모처럼 보리술 몇 잔을 마시며 알딸딸하다. 알딸딸한 나머지 생각이 슬기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생각이 그만 멈추면서 멍하니 있고 만다. 이런 넋이라면 스스로 생각을 빚는 꿈을 키우지 못한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 흘리는 이야기에 그저 빠져들밖에 없다. 그렇구나. 방송이란, 언론이란, 신문이란, 모두 술과 같지 않을까.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힘을 키워 삶힘을 일구도록 돕는 방송이나 언론이나 신문이 있을까. 사람들 생각을 한쪽으로 밀거나 가두는 방송이나 언론이나 신문이 아닐까.

 

 책을 읽을 때에는 이 책을 손에 쥔 사람이 스스로 생각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막상 곰곰이 헤아리노라면, 손에 쥔 책에서 밝히는 이야기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기 일쑤이다. 역사책은 어떤 역사를 밝히는가. 역사책에 적히는 역사란 누가 살아온 발자국인가. 역사책에 담는 역사란 내 삶에 얼마나 빛이랑 소금이랑 꿈이랑 사랑이 될 만한가.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 내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낳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여느 수수한 밥과 옷과 집을 담아내지 않는 역사책이란, 얼마나 예쁘거나 싱그럽다 할 만한가.

 

 문학책은 어떤 문학을 보여주는가. 철학책은 어디에서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 생각을 들려주는가. 시골에서 흙을 일구는 사람한테 값지고 뜻깊을 책이란 어떤 이야기일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나눌 만한 책은 누가 쓸 수 있는가. 어린이한테 읽히면 좋다는 책은 무슨 이야기를 다루는가. 아니, 책은 참말 사람들 스스로 생각을 깊거나 너르게 북돋우는 이야기밭 구실을 하는가. 책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힘을 다스리거나 넓히거나 아끼는 기운을 펼치는가.

 

 술을 마시면서 생각이 멈춘다.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생각을 살찌우지 못한다. 술을 마시도록 하면서 생각을 가로막거나 억누른다. 술을 마시지 않는 곳에서조차 생각이 비틀리거나 뒤틀리거나 비비꼬이도록 흔든다. (4345.1.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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