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일 수 없는 마음

 


 어린이문학 한 권 느낌글을 다 쓰고 나서 한숨을 쉰다. 이 어린이문학 한 권을 읽으며 조금도 기쁘지 않았고, 이 어린이문학을 우리 아이한테 읽혀야겠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둘레에서 이 어린이문학을 읽는 아이가 있다면 이 아이가 재미있어 할까 싶어 너무 슬펐다. 느낌글을 써야 하나 망설이다가 느낌글을 쓴다. 느낌글을 쓰면서 ‘그래도 영 꽝이라 한다면 아예 안 써야 낫지 않겠니?’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쁘다는 말은 굳이 안 해도 되잖니?’ 하고 되뇌지만, 막상 글을 쓰고 보니, 내 마음에서 술술 흐르는 이야기를 도무지 어찌하지 못한다.

 

 나는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낱말, ‘감동’이라는 한자말을 빌어서 말할밖에 없다. 어린이문학이든 어른문학이든 억지로 감동을 쥐어짜내려 하면 몹시 슬프다. 왜 억지로 감동을 만들어야 할까. 왜 억지로 사람들을 웃기거나 울려야 할까. 참말 눈물이 날 만한 이야기라서 눈물이 나면 될 텐데. 참말 웃음이 날 만한 이야기라서 웃음이 터지면 될 텐데.

 

 나는 내 마음을 속일 수 없다. 기쁠 때에 기쁜 마음을 속일 수 없다. 슬플 때에 슬픈 마음을 속일 수 없다.

 

 좋은 사랑을 하면서 좋은 낯빛으로 좋은 말을 나누고 싶다. 좋은 삶을 일구면서 좋은 꿈을 좋은 살붙이하고 함께하고 싶다. 속이지도 감추지도 덮지도 내동댕이치지도 않는 좋은 나날이고 싶다. 있는 그대로 사랑스러운 내 넋이요 몸뚱이가 되고 싶다. 있는 그대로 좋아할 우리 옆지기이면서 아이들이고 싶다.

 

 오늘 낮, 마을잔치를 한다며 발포 바닷가 쪽에 있는 어느 고기집에 마을 어르신들 모두 찾아가서 밥과 술을 즐길 때에, 둘째 갓난쟁이 안은 옆지기가 앉은 자리 뒤로 바람에 나부끼는 억새 마른 풀줄기 모습을 보며 참 예쁘다고 느꼈다. 억새도 옆지기도 아이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곳 살림살이도 참 예쁘다고 느꼈다. (4345.1.14.흙.ㅎㄲㅅㄱ)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