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글쓰기

 


 고단하게 하루를 보내고 나서 잠자리에 들 무렵, 등허리를 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며 푼다. 오슬오슬 추위에 살짝 몸서리를 치다가 조금씩 몸이 따뜻해진다. 쑤신 머리통을 꼭꼭 누른 다음 부시시 일어난다. 바야흐로 깊이 잠들기 앞서 오늘 하루치 글을 쓰자고 생각한다.

 

 살아낸 이야기를 떠올린다. 살아갈 이야기를 되새긴다. 살아가는 옆지기와 아이들 모습과 얼굴과 손발을 헤아린다. 내 삶을 글 한 줄에 모두 담을 수 없고, 내 삶은 글쓰기로 갈무리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글 한 줄에 앞으로 꽃이 될 씨앗과 같은 내 삶자락 이야기를 싣는다. 오늘 하루 어떠한 삶씨가 내 보금자리에 드리웠는가를 돌아보고 싶다. 하루하루 꾸준하게 돌아보지 않는다면, 나는 내 고마우며 아름다운 나날을 그만 잊거나 아무렇게나 흘리고 만다고 느낀다.

 

 꼭 글을 써야 하지는 않다. 굳이 글을 안 써도 되는 일은 아니다. 우러나오는 글이기에 쓰고, 샘솟는 말이기에 나눈다. 우러나오는 사랑이기에 꽃을 피우고, 샘솟는 믿음이기에 열매를 맺는다. 두 아이 새근새근 색색 숨소리를 듣는다. 아버지는 글을 쓰고, 어머니는 뜨개질을 한다. (4345.1.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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