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발·책꽂이·방바닥

 


 하루 해가 저물고 두 아이를 씻기고 나서 이제 한숨을 돌리는 저녁나절. 둘째는 어머니 품에 안겨 칭얼대고 놀다가 잠들고, 첫째는 방방 뛰며 놀다가 문득 그림책 하나 꺼내 무릎에 올려놓고 읽는다. 모처럼 맞이하는 조용한 저녁때. 작은 아이가 작은 손으로 책장 넘기는 소리는 조용하고, 곁에서 사진을 찍는 소리도 조용하다. 책은 손과 발로 함께 읽는다. 책들을 방바닥에 널브러뜨리기도 하지만 책꽂이에 얌전히 꽂기도 한다. 날마다 몇 차례씩 방바닥을 치우고 쓸며 닦지만, 그래도 먼지는 날리고 그래도 온통 어지러움투성이. 이 아이들이 몇 살쯤 되면 덜 어지럽히거나 스스로 씻거나 손수 빨래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등허리 두들기며 한숨 돌리는 어버이한테 구성지고 해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책을 읽어 줄 수 있을까.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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