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눕는 책읽기

 


 몸이나 마음이 아프는 일이 즐겁다고 여기지는 않으나 거리끼지는 않는다. 몸이 아프건 마음이 아프건 나 스스로 어딘가 잘못한 구석이 있으니, 아주 마땅히 아프고야 만다고 여긴다.

 

 몸앓이를 된통 하건 마음앓이를 모질게 하건, 이렇게 앓아누워 여러 날 보내고 나면 내 삶을 조금 달리 추스르곤 한다. 그러나 이내 예전 몸앓이랑 마음앓이를 잊고는 바보스러운 굴레에 빠지기도 한다. 아무래도 제대로 앓아눕지 않았기 때문일까.

 

 앓아누워 갤갤대면서 내 옆지기 몸과 마음은 어떠한가 헤아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벅차고, 손발이 모두 차갑게 식으며 끙끙거리는 동안 생각도 꿈도 집일도 어느 하나 건사할 수 없다. 참말 몸이나 마음 한켠 아픈 사람들은 어찌 목숨을 건사하나. 어찌 그렇게 겉으로 보기에 말짱한 듯 살림을 꾸릴 수 있나.

 

 튼튼한 몸이란 어버이한테서 받은 놀랍고 대단하며 멋진 선물이다. 이와 함께 여리며 아픈 몸이란 어버이한테서 받은 뜻있고 사랑스러우며 값진 선물이다. 튼튼하건 여리건 고운 목숨이다. 어떠한 목숨이건, 나는 사랑스러운 꿈을 마음밭에 심으면서 이 땅에 태어난다. 튼튼하기에 더 일하거나 튼튼하기에 더 훌륭하게 살아가지 않는다. 여리거나 아프기에 아무것도 못하거나 하찮게 살아가지 않는다.

 

 흔히들, 한국땅 권정생 할아버지하고 일본땅 하이타니 겐지로 님을 나란히 놓곤 하는데, 나는 권정생 할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으레 일본땅 미우라 아야코 님을 나란히 꿈꾸곤 한다. 아픈 몸과 마음에서 피워내는 어여쁜 꽃송이를 나누는 넋이란 얼마나 사랑스러우면서 살가운지.

 

 이제 아픈 몸을 어느 만큼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을 듯하다. 내 하루는 어떠한 길로 접어들 수 있을까. (4345.1.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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