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947) 미모의 1 : 미모의 인기가수
.. 어리석은 자여! 미모의 인기가수 유아린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잃어버린 것을 언젠가는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 《기선-게임방 손님과 어머니 (3)》(서울문화사,2006) 81쪽
‘자(者)’는 ‘이’로 다듬습니다. ‘유일(唯一)한’은 ‘하나 있는’이나 ‘하나뿐인’으로 손보고, ‘후회(後悔)하게’는 ‘뉘우치게’나 ‘안타까워하게’나 ‘슬퍼하게’로 손봅니다.
미모(美貌) : 아름다운 얼굴 모습
- 미모가 뛰어나다 / 미모가 수려하다 / 특출한 미모, 팔등신의 몸매
미모의 인기가수 유아린
→ 아름다운 인기가수 유아린
→ 어여쁜 인기가수 유아
→ 얼굴 예쁜 인기가수 유아린
…
‘미모’는 “아름다운 얼굴”을 뜻하기 때문에 “미모가 수려(秀麗)”처럼 적으면 겹치기가 됩니다. ‘수려’란 “빼어나게 아름다움”을 가리키거든요. 국어사전에 실린 이 보기글은 올바르지 않아요. “얼굴이 아름답다”든지 “아름다운 얼굴이다”처럼 적으면 한결 쉬우며, 겹말이 될 걱정이 없습니다. “특출한 미모, 팔등신의 몸매”라는 말은 “남달리 예쁜 얼굴, 아름다운 몸매”쯤으로 다듬는 편이 낫지 싶습니다.
길게 따질 까닭 없이, 얼굴이 예쁜 사람한테는 “얼굴이 예쁘다”고 하면 그만입니다. 괜히 ‘아름다울 美 + 얼굴 貌’라는 한자말을 지어서 써야 하지 않아요. ‘예쁘다’고 말할 때에는, 으레 그 사람 얼굴을 가리키는 만큼, “예쁜 인기가수”라 하면, 그 인기가수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얼굴 예쁜 인기가수”라 하지 않고 “예쁜 인기가수”라고만 해도 넉넉해요.
있는 그대로 쓰면 뜻을 헤아리기에도 한결 낫고, 괜히 토씨 ‘-의’가 들러붙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안 쓰니까 뜻이 두루뭉술해지면서 겹말을 쓰고 말며, 얄궂은 토씨까지 덕지덕지 붙고 말아요. (4340.3.8.나무.ㅎㄲㅅㄱ)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25) 미모의 2 : 미모의 소유자
.. 풍류객마냥 펄럭펄럭 날아다니는 호랑나비과의 꼬리명주나비도 무시할 수 없는 미모의 소유자다 .. 《조복성-조복성 곤충기》(뜨인돌,2011) 98쪽
‘풍류객(風流客)’은 풍류를 즐기는 사람이랍니다. ‘풍류’란 “멋스럽고 풍치가 있는 일”이거나 “멋스럽고 풍치 있게 노는 일”이랍니다. ‘풍치(風致)’는 “멋진 경치”라 하는군요. 그러니까, 풍류객이란 “한갓지게 멋을 누리며 노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만하네요. 그러면, 이 자리에서는 “풍류객마냥 날아다니는”이라 적지 않고 “멋스러이 날아다니는”이나 “멋있게 날아다니는”처럼 적어도 넉넉하리라 봅니다.
“호랑나비과의 꼬리명주나비”는 “호랑나비과 꼬리명주나비”로 다듬습니다. “무시(無視)할 수 없는”은 “빼놓을 수 없는”이나 “빠지지 않는”이나 “손꼽히는”으로 손질합니다.
미모의 소유자다
→ 아름다운 모습이다
→ 아름답다
→ 어여쁜 모습이다
→ 어여쁘다
…
무언가를 가진 사람을 가리켜 한자말로 ‘소유자(所有者)’라 하지만, “-의 소유자”처럼 쓰는 말투는 일본 말투입니다. 한국 말투는 “-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보기글을 “미모를 가진 사람”처럼 풀면 어울리지 않아요. 한국 말투는 “-을 가진 사람”이지만, “미모를 가졌다”라느니 “얼굴을 가졌다”라느니 하고 하지 않는 한국 말투이니까요.
한국 말투대로 수수하게 적자면 “아름답다”입니다. 같은 뜻으로 “어여쁘다”라고 하거나 “아리땁다”라 할 수 있습니다. 나비를 가리키는 보기글이니, “예쁘다”나 “예쁘장하다”라 해도 잘 어울려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참으로 어여쁘다
빼놓을 수 없도록 아리땁다
매우 예쁘다
…
앞쪽에 꾸밈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매우 예쁘다라 해도 되고, 몹시 예쁘다라 해도 되며, 참 예쁘다라 해도 됩니다. 눈부시게 어여쁘다라든지 환히 빛나도록 어여쁘다라 해도 돼요.
바라보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가를 찬찬히 보여주면 돼요. 가만히 들여다보는 내 마음에 어떤 느낌이 피어나는가를 곰곰이 돌이키면서 적으면 돼요.
마음을 살찌우면서 말을 살찌워요. 마음을 가꾸면서 말을 가꿔요. 삶을 사랑하면서 말을 사랑해요. 내 삶을 이루고 내 삶을 둘러싸며 고이 빛나는 푸나무와 풀벌레를 마주하면서 내 좋은 말글을 곱게 빛냅니다. (4345.1.9.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