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보라 손가락 빨기

 


 첫째 아이는 손가락을 빤 일이 거의 없다. 첫째 아이는 얼굴에 아토피 고름이 줄줄 흘러도 자면서 얼굴을 복복 긁은 일마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둘째 아이는 손가락을 쪽쪽 빤다. 둘째 아이는 얼굴이 가렵고 다리나 허리께가 가렵다며 자꾸 긁는다.

 

 아이 어머니가 당근 간 물을 마시고 쌀밥을 끊으면서, 네 식구 모두 당근물을 하루에 두 차례쯤 마시고, 둘째 아이는 젖떼기밥으로 당근물이랑 곡식가루에 내가 끓인 국을 조금씩 먹인다. 둘째 아이 누는 똥은 바알간 당근빛이 돌며 당근가루가 섞이기도 하고, 어제는 미역조가리 하나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 어머니는 잘 못 느끼는 듯한데, 나는 둘째 아이 얼굴이 많이 나아졌고, 시나브로 아토피 기운이 빠진다고 느낀다. 날마다 둘째 아이 볼에 수없이 뽀뽀를 하고 날마다 아이를 씻기기 때문에 느낄까. 첫째도 둘째도 아버지 침으로 얼굴을 문대며 날을 보내니, 아이들 볼살에 피어나는 아토피꽃이 어떻게 바뀌는가를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을까.

 

 어머니가 젖떼기밥을 먹이는데, 둘째는 제 손가락이 더 맛난가 보다. 제 손가락만 자꾸 쪽쪽 빨더니 그예 푸푸 하면서 투리질까지 한다. 칫. 그러기냐. (4345.1.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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