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고흥 박지성운동장

 


 읍내마실을 다녀오다가 군내버스에서 ‘박지성운동장’ 길알림판을 보았습니다. 어? 고흥 읍내에 있는 운동장 이름이 ‘박지성운동장’이네?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를 합니다. 박지성 선수 고향을 놓고 여러모로 말이 많았는지, 박지성 선수가 태어난 곳을 찾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래저래 한참 뒤적인 끝에 전라남도 고흥에서 태어나고, 어릴 적 경기도 수원으로 집을 옮겼다고 나옵니다. 2002년 세계축구대회와 얽힌 짤막한 기사 하나도 봅니다. 그무렵 국가대표 축구선수 가운데 박지성 선수와 김태영 선수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자랐다며, 두 선수 고향마을에서는 마을 어귀에 두 선수가 잘 뛰라는 응원글을 적은 걸개천을 내걸었다고 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네덜란드를 거쳐 영국에서 뛰는 프로선수가 되지 않았어도 박지성 선수 고향 이야기가 말밥으로 불거졌을는지 궁금합니다. 그저 한국에서, 또는 일본에서 축구선수로 살았으면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경기 수원’에서 학교를 다니며 컸다고만 이야기하지 않았으랴 싶어요.

 

 나라안에 이름난 사람 많고 이름 안 난 사람 많습니다. 이 고을에 이름난 사람이 이래저래 있다 한다면, 저 고을에 이들 못지않게 이름난 사람이 여러모로 많아요. 전남 고흥에서 화가 천경자 님이 태어났다면, 강원 양구에서 화가 박수근 님이 태어났습니다. 전남 고흥에서 프로레슬링선수 김일 님이 태어났다면, 서울에서 권투선수 홍수환 님이 태어났어요.

 

 전남 고흥에서 살아가는 나는 내가 태어난 고향 인천을 떠올립니다.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박경리 님은 1948년에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방을 열며 책을 만나고 사귀며 배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박경리 님한테 인천은 ‘고향’이 아닐 뿐더러 ‘오래 되새기는 터’는 아니에요. 다만, 당신이 젊은 날 인천 배다리에서 헌책방을 꾸리면서 당신 옆지기와 아이를 깊이 사랑하는 마음을 키웠다고 합니다. 인천에서 오늘도 헌책방거리를 지키는 분들은 이러한 박경리 님 발자취를 고마우며 애틋하게 여겨요.

 

 박지성 선수한테 전남 고흥과 경기 수원은 어떠한 터일까 궁금합니다. 전남 고흥과 경기 수원은 박지성 선수를 어떻게 바라볼는지 궁금합니다. 박지성 선수한테 고향이 어디면 어떠하고, 뿌리내려 살아가는 데가 어디면 어떠할까 궁금합니다. 꿈을 살찌우고 사랑을 꽃피우면 어디에서든 아름다운 노릇 아니랴 싶어요.

 

 전남 고흥은 박지성 선수가 태어난 곳인 만큼 박지성운동장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습니다. 경기 수원은 박지성 선수가 살아가던 곳인 만큼 박지성길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어요.

 

 박경리문학공원은 통영도 인천도 아닌 원주에 있습니다. 박경리 님은 원주에서 살아가며 글을 쓰셨어요. 통영에서는 박경리 님을 기리는 무언가를 세울 수 있어요. 인천에서도 박경리 님을 그리는 무언가를 지을 수 있어요.

 

 아름답다 여기는 꿈과 사랑이라 한다면, 통영도 인천도 원주도 아닌 어느 곳에서든 박경리 님을 헤아리는 무언가를 꾸릴 수 있어요. 춘천에서든 곡성에서든 양양에서든 제주에서든, 기리며 아끼고픈 누군가를 마음껏 기리며 아낄 수 있어요.

 

 한 사람이 읽어 한 사람한테만 뜻있는 책이란 없어요. 책이라는 옷을 입고 태어나면, 사람마다 이 책을 집어들어 펼치면서 저마다 다 다른 꿈과 사랑을 길어올려요. 한 사람한테만 값있거나 빛나지 않아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은 사람만 누리는 빛이 아니에요. 누구나 스스럼없이 맞아들이며 누리는 빛이에요. (4345.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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