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발바닥

 


 아이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아이 발가락을 살핀다. 어제 겨우 내 손발톱을 깎았다. 엊저녁 내 손발톱 깎기를 더 미루다가는 안 되겠다고 여긴다. 내 손발톱을 깎는 몇 분이 아깝다고 여긴다기보다, 내 손발톱을 깎아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느긋하게 쉬지 못한다. 그러나 나한테 하루에 몇 분이라도 느긋한 때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손발톱을 깎는다. 아마 오늘이나 모레쯤 아이들 손발톱을 또 깎아야 하지 싶다. 아이들 손발톱을 세 차례쯤 깎고서야 내 손발톱을 겨우 깎는다. 두 아이를 거의 날마다 씻기면서 내 몸은 이레에 한 차례쯤 가까스로 씻는다. 아이들을 날마다 씻기고는 싶은데, 바깥일을 하며 힘을 많이 쓴 날은 차마 엄두가 안 나곤 한다. 엄두가 안 나더라도 아이들 씻기고 보면 또 어디에선가 새 힘이 솟곤 한다. 그렇기는 한데, 두 아이를 나란히 씻기고, 아이들 씻긴 물로 빨래를 하노라면, 그야말로 온 등허리와 팔다리 안 쑤시는 데가 없다. 내 어머니는 두 아들을 어떻게 씻기면서 집살림을 돌보셨을까. 내 어머니는 언제부터 두 아들이 스스로 씻을 수 있으면서 조금이나마 집일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을까.

 

 가만히 앉아 책을 읽는 아이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아이가 책을 읽으며 조용하기에 나는 모처럼 기지개를 켜며 살그머니 방바닥에 모로 누워 손가락으로 등허리를 꾹꾹 누른다. 그러다가 다시 일어나서 사진기를 쥐어 들고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다.

 

 좀 쉴 만하다 싶더니, 이렇게 어여쁜 모습으로 책을 읽는 아이를 사진으로 안 담을 수 없잖아. 어느 어버이라도, 어여쁜 발가락 꼼지락거리며 앉아서, 어여쁜 손가락 볼볼 놀리며 책장을 넘기는 아이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으리라. 사진기가 없던 먼먼 옛날에는 종이에 그림으로 그렸겠지. 종이도 붓도 없던 더 아득한 옛날에는 두 눈으로 가득 담아 마음속에 깊디깊이 아로새겼겠지. (4345.1.7.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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