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섭 시집

 


 오래오래 읽던 김광섭 시집을 또 읽는다. 나는 김광섭 시집을 왜 자꾸 읽을까. 왜 김광섭 시집을 오래도록 붙잡을까.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에는, 이 시들이 대중노래라는 옷을 입고 태어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면서, 사람들이 즐거이 부르는 적잖은 노래는 가락이 붙은 시로구나 하고 느꼈다. 시를 쓰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제 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부를 줄 알아야 하고, 시를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이 시에 가락을 담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 김광섭 시집을 다시 읽을 무렵, 김광섭 님이 일제강점기에 옥살이를 오래 하면서 죽음을 깊이 헤아렸던 일을 싯말에 담아 되뇐다.

 

 나이가 더 들어 김광섭 시집을 거듭 읽을 무렵, 김광섭 님 삶과 발자국을 놓고 요로콩조로콩 찧고 밟는 사람들 말밥을 되씹으며 싯말이 어지러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이가 더더 들어 김광섭 시집을 또 읽을 무렵, 김광섭 님은 어떠한 생각과 사랑과 마음으로 당신 삶을 돌보면서 당신 살붙이를 아끼고 당신 싯말을 아꼈을까 하고 헤아리면서 낱말 하나하나 새로 느낀다.

 

 내 나이가 더 든 뒤에는, 내가 김광섭 님 나이를 넘어선 뒤에는, 내가 시집을 내놓아 내 이름이 아로새겨진 시집을 거느리는 사람이 된 뒤에는, 김광섭 시집을 다시 손에 쥘 때에 내 마음으로 스치며 찾아드는 생각날개는 어떠한 몸짓이 될까. (4345.1.4.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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