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빵을 드세요!
오오와다 토시코 지음, 타나카 츠카사 그림 / 미우(대원씨아이)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빵을 굽는 손길에는 무엇이
 [만화책 즐겨읽기 100] 타나카 츠카사·오오와다 토시코, 《맛있는 빵을 드세요!》(미우,2011)

 


 밥을 하는 손길에는 밥하는 사람 사랑이 깃듭니다. 빵을 굽는 손길에는 빵을 굽는 사람 사랑이 스밉니다. 좋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밥이든 빵이든 하지 못합니다. 좋은 사랑이 있을 때에 비로소 밥을 하거나 빵을 합니다.

 

 타나카 츠카사 님이 그리고 오오와다 토시코 님이 글을 넣은 만화책 《맛있는 빵을 드세요!》(미우,2011)는 동네 한켠에서 조그맣게 빵집을 꾸리는 아주머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주머니는 집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옆지기을 먹여살리니까 눈코 뜰 사이 없습니다. 빵집은 날마다 열지 못한답니다. 한 주에 며칠씩 요일을 맞추어 한동안 살짝 열고는 이내 닫는답니다. 그런데 큰길가 사람들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 아닌 살림집 가득한 골목 안쪽 깊숙하게 자리한 ‘모퉁이 빵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빵은 금세 동이 난다고 해요.

 

 빵맛이 좋으니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빵을 고르리라 생각합니다. 빵맛 돋우는 손길이 사랑스러우니 사람들이 요일에 맞추어 찾아와 기쁘게 방을 사들이리라 생각합니다. 빵맛이 없거나 빵맛을 돋우는 손길이 사랑스럽지 않다면 사람들은 큰길가 커다란 빵집이라 하더라도 애써 찾아가지 않습니다. 너무 배고픈 나머지, 또는 너무 바쁜 나머지 ‘맛과 손길’을 헤아릴 겨를이 없는 사람들만 ‘맛없고 손길 사랑스럽지 못한’ 빵집에서 빵을 사들여요.


- “냄새 좋다. 이게 갓 구워진 빵의 향기구나.” (27쪽)
- “아주 맛있어요. 감동 먹었어요.” “오오와다 씨도 구울 수 있어요. 천연 효모로 한번 도전해 보세요.” (81쪽)


 아이를 달래며 다독이는 손길에는 사랑이 있습니다. 아이를 품에 안고 노래하는 손길에는 사랑이 감돕니다. 사랑이 없이 아이를 달래지 못하고, 사랑이 없는 채 아이를 안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으면 아이하고 어울려 놀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합니다.

 

 사랑이 없으면서 아이하고 노는 사람은 아이들한테 함박웃음꽃을 베풀지 못합니다. 아이들 스스로 고운 웃음꽃을 피우도록 이끌지 못해요.

 

 사랑이 아니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서는 사람은 다달이 일삯을 알뜰히 챙길 테지만, 막상 아이들은 사랑이 아닌 지식과 정보만 잔뜩 머리에 쑤셔넣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들 삶을 북돋우거나 일구는 사랑은 조금도 받아먹지 못하면서 머리통만 굵어지고 맙니다. 머리통만 굵어지는 아이들은 이웃을 아끼거나 둘레를 돌아보거나 푸나무를 내 몸처럼 보살피는 마음씨를 건사하지 못해요. 머리통만 굵어진 아이들은 스스로 밥·옷·집을 마련하며 나누는 삶을 생각하지 못해요.


- ‘포기하지 않기를 잘했어. 코유키는 손이 많이 가는 밀이지만, 손이 많이 가는 보람이 있는 밀이었어.’ (128쪽)
- “난 그 누구에게도 손가락질 받지 않고 정정당당히 빵을 구워서 팔고 싶어.” (185쪽)


 빨래를 하는 손길에는 사랑이 흐릅니다. 빨래를 개는 손길에는 사랑이 맴돕니다. 사랑이 없이 빨래를 하지 못합니다. 속옷을 빨든 이불을 빨든 늘 매한가지입니다. 사랑스러운 꿈을 담아 빨래를 복복 비비고 헹구며 짭니다. 사랑스러운 믿음을 모아 빨래를 널고 걷으며 갭니다.

 

 이 옷을 입을 살붙이가 어떠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맞이하면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이 옷을 입은 살붙이가 오늘 하루 기쁘게 맞이하며 예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넋입니다.

 

 제도가 훌륭하다든지 시설이 대단하다든지 복지가 빈틈없대서 좋은 삶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도가 없더라도 살림을 보듬는 사람한테 사랑이 있으면 넉넉합니다. 시설이 없더라도 살림을 꾸리는 사람한테 사랑이 넘실거리면 흐뭇합니다. 복지가 없더라도 살림을 아끼는 사람한테 사랑이 샘솟으면 아름다울 수 있어요.

 

 손으로 빨래하거나 기계로 빨래하거나 대수롭지 않습니다. 바빠서 손빨래를 못 하지 않습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손빨래를 하지 않습니다. 나와 내 살붙이를 사랑하는 넋으로 빨래를 합니다. 모두 아끼는 넋으로 옷가지를 매만집니다.


- ‘일단 내 손을 떠나면 그 빵이 어떤 상태로 진열되고 팔리는지 파악할 수 없는 거야. 내가 만든 빵은 내 눈이 닿는 곳에 둬야 하는 거였어. 백화점에 입점한 빵집이 그 자리에서 굽는 건 그런 이유였어.’ (157쪽)
-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정말 기뻐요. 동네에 빵집이 생겼다고 다들 많이 기뻐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일을 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에요.” (272쪽)


 만화책 《맛있는 빵을 드세요!》는 책이름 그대로 맛있는 빵을 드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만화책에서 밝히는 맛있는 빵이란 가장 좋은 밀과 가장 좋은 기계로 굽는 빵이 아닙니다. 빵을 굽는 손길이 사랑스럽고, 빵으로 다시 태어나는 밀을 사랑스레 돌보았기에 맛있는 빵이 있습니다.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다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요. 좋은 옷을 입을 수 있고, 좋은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좋은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며, 좋은 꿈을 키울 수 있어요.

 

 우리 아이들을 따사로이 돌볼 수 있겠지요. 내 보금자리를 아리따이 건사할 수 있겠지요. 내 앞길을 환하게 빛낼 수 있겠지요. 우리 지구별을 서로 곱게 쓰다듬을 수 있겠지요.


- “엄마, 어떡할 거야?” “다른 국산 밀을 쓰면 되잖아?” “안 돼. 우리 집 빵은 코유키이기에 나올 수 있는 맛이란 말이야.” (275쪽)
- ‘저는 생산 관계자를 만나 계약재배해 줄 것을 부탁드려 봤습니다. 하지만 좋은 대답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저 같은 개인을 위해 생산해 봤자 농가에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던 저는 몇 번이나 찾아뵈었습니다. 때로는 빵을 가져가기도 했습니다.’ (276쪽)


 내가 언제까지나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살아갈 때에 즐겁습니다. 스무 해나 서른 해를 채우고서 정년퇴직을 할 만한 일이 아니라, 늙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기쁘게 누릴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살아갈 때에 반갑습니다.

 

 어떤 일이든 다섯 살 어린이와 열다섯 살 푸름이가 함께 할 만해야지 싶어요. 일흔다섯 살 할머니와 여든다섯 살 할아버지가 힘차게 할 만한 일이어야지 싶어요. 돈버는 일자리란 ‘일’이 아니라 ‘돈벌이’입니다. 돈도 벌고 일도 찾는다는 삶이 아니라, 일을 일대로 즐기면서 사랑을 사랑대로 나누고 돈은 돈대로 알맞게 벌 수 있는 삶터에서 꿈을 펼치고 싶습니다. (4345.1.1.해.ㅎㄲㅅㄱ)


― 맛있는 빵을 드세요! (타나카 츠카사 그림,오오와다 토시코 글,한나리 옮김,미우 펴냄,2011.9.30./9500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