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책읽기
섣달그믐날, 시골집 인터넷이 먹통이 되다. 무슨 까닭인지 알 길이 없다. 새해 첫날을 앞두고 100을 눌러 신고를 한다. 누군가는 섣달그믐 아침 아홉 시부터 전화를 받아 고장났다는 이야기를 받는다. 누군가는 섣달그믐뿐 아니라 새해 첫날에도 작은 자동차를 몰아 마을 곳곳 인터넷 먹통이 된 집을 찾아다니며 손을 본단다. 우리 집에는 새해 첫날이나 이듬날에 일꾼이 찾아올 듯하다.
섣달그믐 날을 새야 한다지만, 우리 식구는 저녁 여덟 시 반이 조금 넘어 잠자리에 눕는다. 둘째 아이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을 뿐더러, 아침부터 저녁까지 잠을 깊이 못 들며 제대로 놀지 않은 탓에, 너무 힘든 하루였으니까. 불을 끄고 아이 어머니가 품에 꼬옥 싸안고 누워서야 겨우 조용해진다. 첫째 아이 때에도 이렇게 어머니를 고단하게 했지. 아이 어머니는 두 아이를 돌보면서 밤잠을 옳게 들지 못하고, 두 팔이 베개 노릇을 하느라 얼마나 뻐근할까. 나는 집일을 도맡으면서 이래저래 눈코를 제대로 못 뜨느라 여기 어설프고 저기 서툴다.
새해, 모두들 한 살을 더 먹는 해에는 모두들 한 살 나이만큼 무럭무럭 자라 야무진 몸과 씩씩한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을까. 부디 튼튼하고 해맑게 한 해를 새롭게 사랑할 수 있으면 좋으리라 꿈꾼다. 꿈을 잊지 않으려고 글을 쓴다. 꿈을 두고두고 곱씹고 싶어 글을 쓴다. 꿈을 되뇌며 책을 읽는다. 우리처럼 꿈꾸던 이웃을 찾으며 책을 읽는다.
이제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도 아이들이 찾아왔으리라. 아침에 떡국을 끓여 먹고 난 뒤, 한 집씩 인사하러 다니자. 모두들 예쁘게 차려입고 어여쁜 웃음을 나누며 아리따운 하루를 누리자. (4344.12.31.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