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우리 말 91] 수봉도서관 하늘누리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였나 2월까지였나, 인천 도화동 수봉도서관에서 인천 골목길 사진잔치가 열린다. 인천 골목길을 어여삐 보여주는 사진잔치를 열도록 도우려고 사진 몇 점 보내기 앞서 한번 마실을 했다. 새로 지은 수봉도서관 있던 자리는 몇 해 앞서까지 조그마한 골목집이 앙증맞게 모여서 오래도록 이야기꽃 피웠는데,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아마 잘 모르겠지. 비탈길을 따라 도서관으로 걸어올라가면서, 이 길에 어느 집이 어떻게 있었는가 헤아려 본다. 이제 아득한 옛일이 된 탓인지 좀처럼 그림을 그리기 힘들다. 나는 인천 도화1동 수봉공원 밑자락에서 태어났다는데, 내가 어린 날 뛰놀던 골목은 어디쯤이었을까. 땀이 살짝 날 즈음 수봉도서관에 닿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알림판을 살피는데 온통 ‘누리’투성이로구나. 아, 누리, 누리로구나. 옥상 옆에 ‘하늘누리’라 적은 말이 오래도록 남는다. 이렇게 어여쁜 말을 잘 골라서 쓸 수 있구나. 더군다나 공공기관 건물에서. 비록 이곳 수봉도서관 찾는 어린이와 푸름이와 어른까지 지난날 도화동 골목동네를 그리거나 떠올리거나 되새기지 못하더라도, 이처럼 어여쁜 새말 새삶 새꿈을 새로운 사랑으로 빚을 수 있으면 참으로 기쁘겠구나. ‘세미나실’ 같은 이름은 어쩔 수 없으나, 이렇게 하나하나 ‘누리’로 담은 말틀을 잘 아끼며 북돋우리라 믿는다. (4344.12.24.흙.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