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1.12.22.
: 동짓날 자전거
- 생각해 보니 곧 예수님나신날이요 새해이다. 한 해 끝무렵에는 우체국 일꾼이나 택배 일꾼 모두 바쁘다. 이맘때에 편지를 띄우자면 서둘러야 한다. 부랴부랴 소포꾸러미 여럿을 싼다. 경기도 일산에서 살아가는 옆지기 어버이와 충청북도 음성에서 살아가는 내 어버이한테 보낼 우리 집 두 아이 사진을 꾸린다. 우체국에 전화를 건다. 택배를 가져갈 수 있느냐고 여쭌다. 오늘은 가져가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에 가져갈 수 있단다. 접수가 늦으면 택배도 늦게 가겠지. 동짓날을 맞이해 바람이 대단히 드세게 불며 온도가 뚝 떨어졌지만, 이 바람을 뚫고 우체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한다.
- 집을 나서려 하는데 옆지기가 “버스 타고 가요.” 하고 말한다. “아, 버스?” 버스 지나가는 때를 살핀다. 읍내에서 16시 40분에 나오는 버스가 있다. 그렇다면 17시 00분에 우리 마을에 지나가겠구나. 시계를 보니 딱 17시 00분. 문을 열어 내다 본다. 아직 버스 지나가는 소리 없고 버스 지나가는 모습 보이지 않는다. 부리나케 가방을 메고 양말을 신고 신을 꿰며 달음박질을 한다. 십 분을 기다린다. 버스는 오지 않는다.
- 집으로 돌아온다. 버스가 오늘은 일찍 지나간 듯하다. 자전거에서 수레를 뗀다. 자전거로만 면에 다녀오기로 한다. 대문을 나서려다가 아차, 발목끈을 묶지 않았다. 바보스럽군. 다시 집으로 들어가 발목끈을 한다. 또 빼먹지 않았겠지, 살피며 벙어리장갑을 끼고 달린다.
- 옛 흥양초등학교 옆을 지날 무렵, 몹시 드센 바람으로 귀가 시리다고 느끼다. 그래, 이런 날은 털모자를 써서 머리와 귀를 가려야지. 장갑만 끼어서 되나.
- 면으로 가는 길은 살그마니 내리막이라 퍽 빨리 달릴 만하다. 우체국 때에 늦지 않는다. 가게에 들러 땅콩을 산다. 신집에 들러 털신을 산다. 6000원. 지난해와 견주어 1000원 오른다. 나는 2004년부터 고무신을 신었고, 이때부터 지난해까지 털신 값은 5000원이었다. 고흥에서는 고무신만으로 겨울을 날 수 있으려나 생각했는데, 동짓날만큼은 발이 시려 안 된다. 지난겨울까지 신던 털신은 쥐가 쏠아서 못 신기에 새 털신을 산다.
-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살그마니 오르막. 더군다나 더욱 드센 맞바람을 가르며 달려야 한다. 아주 힘겨이 발판을 밟는다. 맞바람이 대단히 드세기에 자전거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도, 걸을 때보다는 한결 빠르지 않니?’ 하고 생각하며 힘을 낸다. 용을 쓰며 맞바람을 뚫었고, 드디어 마을 어귀에 닿는다. 파란대문 우리 집 앞에서 자전거를 내린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자전거에 수레를 다시 붙인다. 바람이 많이 부니 자전거랑 수레를 붙여야 넘어지지 않는다. 벙어리장갑은 퍽 좋다. 둘째가 무럭무럭 크면 쓰라고 미리 산 벙어리장갑인데, 나한테는 살짝 작으나 손가락장갑보다 한결 따스하다. 자전거를 달릴 때에는 손가락을 나누어 잡는 장갑보다, 이렇게 손가락이 하나로 모이는 장갑이 살과 살이 서로 닿으며 더 따스하다고 느낀다.
- 이제 바깥문을 밀고 방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골이 띵해 비틀거린다. 찬바람이 너무 셌나 보다. 골도 띵하고 뒤꼭지도 아프다. 다음에는 털모자 쓰기를 꼭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