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가 부르는 노래를 듣고 싶어

 


 내가 오늘 쓰는 글이 가장 빛나는 글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나는 하루하루 더 즐거이 누리면서 새로 맞이하는 모레나 글피에 더 빛나는 꿈과 사랑을 실어 글 하나 여밀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제 쓴 글이 오늘보다 못하거나 아쉽다고 느끼지 않는다. 나로서는 모든 넋과 얼을 기울여 쓴 글이니까, 모자라거나 어수룩하다 느낄 글이란 없다. 하루하루 조금씩 가다듬는다. 날마다 차근차근 북돋운다. 언제나 곰곰이 되새긴다. 늘 기쁘게 받아들인다.

 

 노래하는 알리 님이 어제 부른 노래가 가장 빛나는 노래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앞으로 부를 노래가 한결 빛날 노래라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든, 연습실에서 목청을 돋우든, 또는 집에서만 노래를 흥얼거리든, 깊은 멧골이나 사람 발길 없는 바닷가에서 노래를 외치든, 노래 하나로 일구는 삶이라 한다면 어디에서나 언제나 노래사랑과 노래꿈을 펼치리라 믿는다. 더 가다듬어야 할 노래가 아닌 더 사랑하고 아낄 노래를 부르리라 생각한다.

 

 아름답다 여길 만한 좋은 책을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은 시나브로 깨닫는다. 이 좋은 책을 곁에 골고루 둘 수 있어 아름다운 삶이지 않다. 책을 곁에 두면서 내 목숨을 잇거나 내 생각을 북돋운다고 여길 수 없다. 책이라는 징검돌을 밟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거나 느꼈을 뿐이다.

 

 아름답다 여길 만한 좋은 노래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은 시나브로 깨닫겠지. 이 좋은 노래로 마음을 달래거나 보듬기에 아름다운 삶이지 않다. 노래를 늘 부르면서 내 목숨을 잇거나 내 생각을 북돋운다고 여길 수 없다. 노래라는 섬돌을 밟고 삶을 사랑하는 길을 헤아리거나 느낄 뿐이다.

 

 책이란 없어도 된다. 노래란 없어도 된다. 사랑이 꽃피우는 삶이 있으면 된다. 사랑을 씨앗으로 심는 꿈이 있으면 된다.

 

 나는 글을 쓰면서 살아가겠지. 책이 없어지고 종이가 사라져도 글을 쓰며 살아가겠지. 글은 종이에만 쓰지 않으며, 글은 책으로만 묶이지 않으니까. 살붙이를 쓰다듬는 따스한 손길로 쓰는 글이고, 집식구 옷가지를 정갈히 빨래하고 바느질하는 손자락으로 엮는 책이며, 맑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활짝 펼치는 품으로 일구는 이야기이다.

 

 노래꾼 알리 님은 오래오래 노래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노래꾼 알리 님이 온몸과 온마음으로 아로새길 곱고 향긋하며 보드라운 노래결로 온누리를 싱그러이 어루만지리라 생각한다. 무대가 없고 텔레비전이 없으며 음반이 없더라도, 멧새들 노니는 바람결을 타며 이 땅과 이 햇살과 이 바다에 넘실거릴 사랑스러운 노래를 언제 어디에서나 예쁘게 부르리라 생각한다. (4344.12.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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